갈등은 피해가되 태도는 다정하게... 이재명의 '대선 승리 방정식'[캠프인사이드]

박준규 2025. 4. 23. 04: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의 키워드는 '안정과 다정'
수권 능력 강조에 따뜻 이미지 부각
갈등 첨예한 젠더 등 이슈 비중 낮춰
'제 살 깎아먹기' 최대한 지양 전략
"다방면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李 측 "관심 여전... 조만간 발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선 출마의 각오와 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다정하되, 안정감 있게'

대선 삼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스위트해졌다. 성남시장 시절 '모라토리움'(채무 불이행)을 불사한 '행동파 정치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거침 없는 사이다' 면모는 싹 사라졌다. '포용력 있는 지도자' '안정적 리더십'이 이 전 대표와 캠프에서 추구하는 이미지다. 정중한 말투, 부드러운 옷차림까지 이 전 대표는 모든 '신언서판'에서 과거의 싸움닭 이미지를 모두 버렸다.

우선 정책부터 의도적으로 뾰족함을 누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논쟁적 이슈로 정국을 치고 나오며 정치적으로 도약해왔다.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로 체급을 올릴 때만 해도 코로나 위기 재난 기본소득으로 경기도민에 10만 원씩 지급, 하천 계곡 불법 설치물 철거 등 정비 사업 등 이른바 사이다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쳐왔다. '빠르고 직선적이다' '갈등을 피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특장점이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등 찬반이 분명하고 반발이 거센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이 전 대표 캠프가 내세우는 핵심은 시작부터 끝까지 경제성장에만 집중돼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과학기술·문화산업 등 미래 먹거리를 띄우는 식이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과 '잘사니즘'(모두 잘 사는 세상) 'K이니셔티브' 등 거대 담론을 압축한 추상적 캐치프레이즈가 반복된다.

반면 증세·부동산·기본소득 등 논란이 될 만한 이슈와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노동 △젠더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언급도 신중한 편이다. 남북 협력을 강조했던 2022년 대선 때와 달리 대북 정책에도 로키 기조다. 캠프에서는 "내란 사태에서 경제가 어려워진 만큼 우선은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의도적으로 논쟁적 사안은 피해 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누구 한쪽 편을 들어주는 갈라치는 정책은 없다"고 선을 그을 정도다. 내부 기조도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말자"다. 캠프 정책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저쪽에서 물어뜯고 난리가 날 텐데 미리부터 적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미지도 '순한 맛'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 때만 해도 '칼 주름 정장'을 주로 착용했지만, 최근에는 베이지·그레이 등 부드러운 색상의 캐주얼 차림을 선호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풍파를 거치면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사람'으로 인식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권력을 잡더라도 안정적이고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차례"라고 했다. 김혜경씨 역시 이 전 대표의 옷차림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입'에서는 네거티브도 일절 보이지 않는다. 지난 18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첫 TV토론회가 대표적이다. 경쟁자인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까지 갔다 오고, 자동차 부분에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 같아 고생하셨다"고 덕담을 건거나, 단식 투쟁에 나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내란 사태 와중에 가장 먼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셨다"고 추켜세우는 식이다. 캠프 관계자는 "우리 내부의 차이가 바깥의 차이만큼 크지 않다"며 "같이 뛰어야 할 동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규제 완화' 대신 '규제 합리화', '의대 증원' 대신 '의대 정원 합리화' 등 어휘 선택도 부드러워졌다.

캠프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정치의 중심에서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전국적 주목을 끌 만한 표현, 도전적인 정책을 내놓는 경향이 있었다"며 "대세 대권주자가 된 지금은 지지층의 안정과 확장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특유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방면의 불평등 해소에 앞장서는 모습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우선순위가 조금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진보 진영 의제 실천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여전하다"며 "조만간 정책 발표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