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공공병원 확충하려면 2000명보다 많은 의대 증원 필요”

조백건 기자 2025. 4. 2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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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료 정책 발표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대장동 배임과 성남FC 뇌물 1심 재판을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우산을 들고 출두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는 22일 “공공 의료를 강화해 의료 불평등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의료 정책 발표문’에서 “공공 병원을 확충하고, 공공 의대를 설립해 (공공 병원에서 일할)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공공 병원 확충을 통해) 응급, 분만, 외상 치료 등 필수 의료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작년부터 1년 넘게 극심한 의정 갈등을 일으킨 ‘의대 증원’에 대해선 ‘계속 추진’ 여부 등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의대 증원을 합리화하겠다”며 “갈등을 끝내고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 병원은 국가나 지자체 등이 설립한 의료 기관을 말한다. 의원, 보건소까지 합쳐 현재 전국에 228곳 있다. 이 중 시도 의료원 등 병상 100개 이상의 종합병원급 공공 병원은 50여 곳이다. 이 공공 병원이 각 지역 중환자를 최종 치료한다는 개념이 공공 의료다. 이 후보는 “여전히 의료 접근성이 환자의 필요보다 지역 여건, 소득 수준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며 ‘공공 의료 강화’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3000억~4000억원을 들여 공공 의대·병원을 만들어도 유지가 잘 안 되고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이 후보가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의료원은 건립비만 1600억원이 들었지만 환자들이 찾지 않아 매년 400억~500억원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공공 병원에서 일할 의사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등 핵심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병원장은 “웬만한 수술을 하려면 300~500병상의 종합병원급 공공 병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 경우 의사가 최소 100명 필요하다”며 “공공 의대로 이 인력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체 의대 모집 인원이 3058명으로 묶여 있어 공공 의대에 공급할 ‘공공 의사’를 추가 양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8년 전북 남원에 공공 의대를 세우려 했지만 비효율 논란과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접은 바 있다. 서울 대형 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공공 병원 확충이 현실화되면 윤석열 정부의 의대생 2000명 증원보다 더 많은 증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생 2000명 증원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을 때 고령화 등으로 부족해질 의사 수를 반영한 수치다. 공공 의대·병원 신설 같은 변수가 생기면 필요 의사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밝힌 ‘공공 의료를 통한 필수 의료 국가 책임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지금 공공 병원은 비효율이 높고 의료 질이 떨어져 암 진단을 받은 환자도 진료·수술받기를 기피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90%를 담당하는 민간 병원은 의료 질이 높고 비용은 낮아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며 “굳이 큰돈 들여 공공 병원을 만들 게 아니라 그 돈을 민간 병원에 지원해 환자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승연 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공공 의대를 만들어 그 졸업생이 해당 지역 병원에서 9~10년 의무 복무하게 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이런 것 없이는 의사들이 강남에 몰려들어 미용·성형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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