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청구 보험금 164억 신청해”··· 피싱 우편, 美·日 거처 우리나라 최초 상륙
지난달에는 일본에서도 기승
"164억 원 보험금 탈 수 있어"
우편 수령자 이름·주소 일치
6년 전 사망한 캐나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보험금을 아무도 수령하지 않아 성과 국적이 같은 사람에게 신청 권한이 발생했으니 보험금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오프라인 피싱 우편이 등장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우편은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성행하다 지난달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4월 초부터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20대 김 모 씨는 우편함에서 낯선 우편 한 통을 발견했다. 해당 우편에는 자신의 이름이 영어로 정확히 적혀있었다. 발신자는 캐나다의 로펌 ‘Hardy Buchanan & Rooney LLP’로 적혀 있었다.
김 씨가 우편을 개봉하자 안에는 한글로 된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자신을 ‘보 그르니에’ 변호사라고 소개한 발신자는 김 씨가 56년 전 캐나다 온타리오(몬트리올)주 인근 400번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사망한 부동산 개발업자 브루스 김 씨의 보험금을 받아갈 수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저희가 담당했던 고인의 미청구 된 영구 생명보험 정책이 있다”며 “브루스 김 씨가 사망한 이후 1155만 달러(약 164억 원)의 보험금을 아무도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회사 규정에 따르면 6년 이상 청구되지 않은 영구생명 보험은 주정부 유기 자산 관리 부서로 이관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 씨가 고인의 성과 국적이 같다는 이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이며 1155만 달러의 10%를 자선단체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기부하고 나머지 90%를 절반씩 나눠 갖자고 김 씨에게 제안했다. 이들은 “전문적이고 기밀 유지가 보장된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혜자인 것을 입증하기 위한 모든 문서를 구비하고 있다”며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밀 유지가 필요하며 20일가량 소요될 수 있으니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하단에 기재돼 있는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해당 이메일로 ‘보험금에 관심이 있다’는 취지로 연락을 하자 이들은 “이번 거래는 제가 유일한 법률대리인으로 참가할 예정이며 전체 절차를 명확하고 비밀리에 진행하기 위해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며 “고인의 법정 상속인임을 확인하는 진술서를 캐나다 법원 판사에 제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수수료와 등록비가 필요하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편에 적힌 내용은 모두 거짓이며 피해자가 수수료를 입금하면 이를 들고 잠적하는 형식의 피싱이다. 우편 수령자들의 성에 맞춰 우편 내용을 바꾸는 등 치밀하게 내용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김 씨 뿐만 아니라 이, 장, 신, 정, 등의 성씨는 물론 나 씨나 연 씨 등 희귀성들을 상대로도 우편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나오는 변호사 사진들은 모두 도용되거나 무료 이미지 제작 사이트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대표 변호사로 나오는 ‘Michael L Hardy’는 다른 가짜 홈페이지에서는 ‘Paul Harback’이라는 이름으로 기재돼있었다.
이러한 피싱 우편은 약 8개월 전 캐나다와 미국에서 유행하던 오프라인·온라인 결합형 사기다. 당시 캐나다에서는 ‘JWB 파트너스’나 ‘Martin Vamos 로펌’ 등의 이름으로 우편이 발송된 바 있다. 이러한 사기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영어의 경우 공문서 형식은 아니지만 특별히 문법적으로 어색한 부분이 없어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달께 일본으로 해당 수법의 사기가 넘어갔지만 일본어로 된 우편은 번역기를 사용한 듯한 말투로 쓰여있어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말로 된 우편 또한 어색한 번역투로 적혀 있지만 주소와 수령인이 일치하고 편지에 사용된 성씨까지 정확하게 적혀있기 때문에 자칫 속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령자가 정확히 기재된 우편 형태의 피싱은 익숙지 않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러한 우편이 도착하면 인근 경찰서에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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