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빈자리는 우리가”···최신 AI칩 중국 고객사 공급 나선 화웨이
젠슨 황, 베이징 찾아 대응책 마련 고심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가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100 성능에 맞먹는 최신 AI 칩을 다음달부터 고객사들에 대량으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맞춤형 AI 칩 H20 수출을 막으면서 화웨이가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여러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가 첨단 집적 기술을 활용해 기존 어센드 910B 프로세서 2개를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한 910C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910C는 기술적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910B 연산 능력과 메모리 용량의 2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 910C 샘플을 기술기업들에 배포해 주문을 받기 시작했으며, 일부 물량은 이미 공급이 이뤄졌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미국 정부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아왔다.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H100보다 성능을 크게 낮춘 H20을 중국에 판매해왔는데,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 제작에는 어느 정도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빅테크 못지않은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딥시크가 H20 등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견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H20의 중국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스톤브릿지그룹의 폴 트리올로는 미국의 H20 수출 규제로 “화웨이의 어센드 910C GPU가 (중국 업체의) AI 개발과 추론 능력 사용을 위한 하드웨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로이터는 어느 업체가 910C 생산을 주로 담당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도 GPU 주요 부품 일부를 만들기는 하지만 수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들은 910C 부품 중 일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 쏸넝을 위해 만든 반도체를 썼다고 전했지만, 화웨이와 TSMC는 이를 부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황 CEO는 중국 경제 실무를 담당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만났으며, 딥시크를 개발한 량원펑 등 엔비디아의 중국 고객을 만나 이들을 위한 신규 반도체 설계에 관해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여파가 지속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21일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4.51% 하락하면서 9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 이후 13일 만에 종가 기준 100달러 선이 다시 붕괴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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