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부터 외국인까지 화마와 맞선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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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영덕은 영양, 청송으로부터 순식간에 넘어 온 대형 산불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업무 차 출동했다가 영덕읍 매정리 인근의 산불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지역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피와 대응에 기여했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이번 산불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불태웠지만, 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만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며 "감동을 준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덕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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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 90세 노모 업고 뛴 효자
동민 대피 어촌계장과 인니 선원
거동 불편 어르신 구한 중학생 등
이웃 향한 따뜻한 마음·용기 감동
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영덕은 영양, 청송으로부터 순식간에 넘어 온 대형 산불로 만신창이가 됐다.
수십 채의 가옥과 상당한 농경지가 전소됐고, 수백 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황당무계한 상황, 그 속에서도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용기 등 산불을 전후 일어난 미담은 꺼지지 않고 회자되고 있다.
불길 속에서 서로를 부축하고,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복구가 한창인 영덕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며 상처받은 군민들을 다독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영덕군 석리에 거주하는 시인 김이듬(60)씨.
화재 당시 90세 노모를 등에 업고 대피했던 그는 “어머니가 등 뒤에 화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빠져나온 게 참 다행이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걔 아니었으면 그 할망구는 죽었지 않겠나’ 영덕의 80~90대 노인들은 요즘 김씨를 ‘효자상’ 후보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같은 날 축산면 경정3리에서 대활약한 어촌계장 유명신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수기안토씨도 화제다.
둘은 그날 밤 불길이 코앞까지 번졌지만 아랑곳 않고 거동이 불편한 동민을 업고 뛰며 방파제로 대피시켰다. 둘 덕분에 이 마을은 초토화 속에서도 사망 인명피해를 입지 않았다.
영해중학교 2학년 임지호군의 기지도 빛났다. 대피 중 거동이 불편한 한 어르신을 발견한 그는 직접 업고 안전지대로 옮겨 박수를 받았다.
지품면 황장리 청년농부 신한용씨. 그는 청력이 약한 고령자를 살려냈다. 신 씨는 “할머니가 소리를 못 들어서 손짓으로 안내해 가며 탈출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지품면 원전리에 사는 권오삼씨 부자는 마을 어르신을 찾아다니며 한분한분씩 대피를 도왔고, 지품리에서는 김종성·장재진·김정일·이운천씨가 독거노인의 주택을 지키다 가장 마지막에 대피했다. “남은 분들이 걱정돼 도저히 먼저 떠날 수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말이다.
공무원들과 기관의 헌신도 화제다.김상덕 지품면장은 선제적 판단으로 면민 전체의 신속한 대피를 이끌었다. 지품면은 면 지역이 거의 쑥대밭이 됐지만 김 면장의 대응 기지로, 사망인명 피해가 없었다. 지품면 노인들은 김 면장을 만나면 ‘니 때문에 살았다’고 입이 마르도록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권남형 사무관은 개인 연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와 대피소 운영을 도와 애향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립해양청소년센터와 국민체육센터는 앞장서 임시 대피소를 제공했고, 강구면 파나크 호텔과 하저1리·금진1리 마을 주민들은 이재민을 위해 임시 숙소를 만들었다. 경상북도한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 등은 현장에 한방 의료봉사단을 파견해 군민들을 도왔고, 강구건강활력센터에서는 적십자 봉사단이 대피한 어르신들의 대소변을 처리하며 이들의 삶을 보살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택배기사도 힘을 보탰다. 그는 업무 차 출동했다가 영덕읍 매정리 인근의 산불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지역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피와 대응에 기여했다.
신성E&C 김영덕 대표는 불길 속에서 방치된 유기견을 구조해 지역 동물보호협회에 인계했다. 영덕군 물관리사업소 유영정 팀장은 피해 지역에 물을 공급하다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이번 산불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불태웠지만, 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만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며 “감동을 준 이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덕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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