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신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누군가에겐 ‘생의 끈’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고대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의 곁에 선 노예가 이 말을 속삭였다고 한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가장 화려한 순간에조차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죽음의 상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삶을, 오늘의 생을 더 진지하게 살아내라는 다짐에 가깝다.
삶은 누구에게나 벅차고 고단하다. 어떤 이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일조차 전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살은 결코 고통의 해결책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사라지게 만드는 비극이며, 그 과정에서 가능성까지 지워버린다. 살아 있음은 여전히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되, 그것이 삶의 가치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욱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 자연이 허락한 그날까지, 기꺼이, 때로는 비틀거리더라도 걸어가야 한다.
‘버틴다’는 말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버팀’이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대한 일이다. 생존은 비굴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꺼질 듯 말 듯 타오르는 존엄의 불꽃이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인간은 고통과 불안을 견디기 위해 서로의 손을 붙잡는 존재다. 하지만 이 시대는 외로움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실패를 나약함으로 치부한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끌어안고 버틸 수 있는 사회적 연대를 회복해야 한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짧은 메시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생의 끈이 될 수 있다.
‘치열하게 살아라’는 말은 죽을힘을 다해 싸우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 정직하게,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라는 뜻이다.
실패해도 괜찮고, 넘어져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생이 버겁고 괴로운 날이 있다면, 그 하루를 살아낸 자신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이 한마디로 우리는 이미 충분히 소중한 존재다.
지금의 고통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지나고 보면 그 고통 속에도 분명 웃던 날이 있었고, 위로받던 순간이 있었다. 시간은 고통을 줄이고, 기억은 따뜻함을 남긴다. 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기라면, 곧 아침이 올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삶은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여정이다. 우리는 그 복잡한 얼굴을 받아들이며, 그 가운데서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언젠가 죽을 운명이기에, 오히려 오늘 하루가 더 절실하고 소중하다. 자살하지 말자. 살아 있기에 우리는 어떤 가능성도 품을 수 있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성원 메모리얼소싸이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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