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1만5248%’···“불법사채·불법추심 근절책 마련하라”
A씨(28)는 20대 초반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졌다. 채무조정을 신청해 상환하고 친구와 치킨집을 운영하던 어느 날 급히 자금이 필요해졌다. 어쩔 수 없이 사채로 880만원을 빌렸다. 사채업자는 A씨 휴대전화의 연락처를 모두 저장한 뒤 “연체하면 지인들 개인정보를 담보로 사채를 쓴 것을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A씨는 추심에 시달리며 3971만원을 상환했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은 추가로 1064만원을 더 갚으라고 요구했다.
버스비조차 없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B씨(39)는 ‘딱 10만원만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불법사금융에 발을 들였다. 10만원은 일주일 만에 30만원으로 불어났다. 갚을 수 없던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연락처가 없으면 잡을 수 없다”고만 답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사금융·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불불센터) 상담 사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불불센터에는 지난달 5일부터 약 한 달간 65명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신고자의 60% 이상이 30대 이하 남성이었다. 정규직이 26%, 개인사업자가 20%, 일용직은 17%였다. 김민선 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은 “접수된 사례자 중 무직·실직 상태인 경우는 19%에 불과해 과거 사채 이용자가 전업주부·여성·무직자였던 것과 정반대의 패턴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불불센터에서 심층 상담을 진행한 35명에게 사채업자들이 요구한 평균 이자는 1만5248%였다. 법정 최고이율인 20%의 762.4배에 달한다. 1인당 평균 사채대출금액은 1642만6857원이었다. 김 고문은 “피해자들은 사채업자가 소개하는 다른 사채업자로부터 여러 건의 사채를 대출해 부족한 상환금을 대환하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사채를 이용했다”며 “사채 이용 건수가 50건을 넘는 사례자도 있었다”고 했다.
강명수 롤링주빌리 이사는 “경찰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는 “사채업자 솔루션 업체, 대포통장 운영자에 대한 즉각적인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찰의 무책임한 응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보호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신고와 상담을 즉각 연계하고 문자폭탄·지인 추심 등 인권 침해성 불법 추심에 대해 즉각적인 처벌과 조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전 정부는 이른바 ‘싱글맘 불법 추심 사건’ 이후 불법 사금융 척결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이 여성은 법정 이자율의 100배를 훨씬 넘는 이자율에 시달리면서 불법추심을 당했다. 사채업자들은 이 여성이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것을 자녀의 유치원에 알리겠다”며 지속해서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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