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 관세 참모 피터 나바로

김송이 기자 2025. 4. 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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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 관련 행정명령 주도
美 수입 의존도↓·공장 美로 이전 주장
제자들 실직 사태 겪으며 보호무역 관심
1기 행정부서 한직… 2기서 실세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작성한 수많은 무역 관련 행정명령의 중심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있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나바로는 지금까지 12건 이상의 무역 관련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했으며, 그 중 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가운데,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수석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UPI=연합뉴스

나바로가 주도한 무역 관련 행정명령들은 미국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수많은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시도라고 NYT는 평가했다. 그가 관여한 행정명령 덕분에 미국의 관세는 한 세기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행정부 관계자 2명은 나바로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바탕으로 관세율을 산정한 논란의 공식을 창시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나바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무역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다른 행정부 관리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조롱을 받았으며, 그의 보호무역주의적 견해가 국가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나바로는 힘을 얻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나바로는 주류 사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마이애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우등생으로 성장한 덕분에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었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나바로는 샌디에고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가르쳤으며, 백악관에 입성하기 직전까지는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에서 20년 넘게 재직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제자들이 잇따라 실직하는 상황을 겪으며 보호무역주의자, 특히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자가 됐다. 나바로는 여러 책을 통해 중국이 세계 무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전파했다. 그는 중국이 값싼 노동력, 수출 보조금, 통화 조작,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보호 등 일련의 약탈적인 거래 관행을 통해 세계 무역을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나바로는 공동 집필한 책 ‘중국에 의한 죽음’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에서 나바로는 기업 로비스트들을 추궁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아웃소싱(해외 이전)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론에서는 이 영화가 현실을 과장했다고 비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옳다(right on)”며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 2011년 트럼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바로의 책을 포함해 자신이 좋아하는 중국 관련 서적 20권을 언급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직접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고 나바로는 밝혔다. 이후 나바로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무역 관련 자문 역할을 맡았으며, 그의 강경 보호무역주의적 발언은 트럼프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는 2022년에 출간한 자신의 책 ‘트럼프의 미국 되찾기’에서 첫 대선 승리 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자리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자리는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2인자였던 개리 콘에게 돌아갔다. 나바로는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 위원장으로 임명되었지만, 이 조직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 힘을 얻게 된 나바로는 자신의 강경 보호무역주의적 생각을 미국의 무역 관련 정책에 반영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나바로의 생각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강력한 관세가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등을 초래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한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수석 연구원 에드워드 올든은 나바로에 대해 “현대 미국 대통령 중 최악의 무역 고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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