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키운 뒤 정상 간 대화’ 트럼프식 외교, 시진핑엔 안 통해
‘젤렌스키 모욕’ 반면교사
시, 동남아 우군 확보 나서
미·중 군사 외교 긴장 커져
협상 교착…돌파구 막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비공개 관세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상대를 위협한 뒤 정상 간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려는 트럼프식 외교가 중국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에게 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지만 시 주석은 트럼프를 무시하고 동남아시아로 날아가 그곳 지도자들에게 중국 편에 서달라고 설득하려 했다”며 “두 나라 간 갈등을 확대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시 주석에겐 아직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중국이 여러 차례 연락을 해왔다”며 “우리는 중국과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과 직접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날 시 주석은 대미 관세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해왔던 시 주석과의 브로맨스는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무역전쟁의 빠른 해결이 물 건너가면서 미국 경제는 침체에 더 가까워졌고 무역전쟁이 두 초강대국 간의 군사·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방위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이사를 지낸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시 주석은 상당한 시간을 자신이 국가 명예의 수호자이자 중국의 부흥을 이끄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바쳤다”며 “미국 조건에 맞춰 협상하도록 압박받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모욕을 준 일이 중국에 더욱 경계심을 품도록 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연구원은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대우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협상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미·중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을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중국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내심 기뻐하고 있지만,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시장 혼란에 민감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은 중국과의 협상을 지지한다.
하스 연구원은 미·중이 협상 국면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를 “양국 정상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제3자가 중재에 나서는 경우”라고 짚었다. 유럽이나 베트남이 중재 가능성 있는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고 NYT는 전망했다.
중국 측에서는 당국이 2분기 이후 미국 실업률이 상승하고 물가가 폭등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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