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 최초' 장애인 현관 안내원…34년차 정보통이 나선 이유

이지현 기자 2025. 4. 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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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계장은 "현재 첫 단계지만 앞으로 전국에 확산하면 좋겠다"며 "실적보다도 장애인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해 경찰관서뿐 아니라 공공관서에 많은 분이 채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집시 신고 담당 경찰관이 시각장애인 민원인에게 서식에 관해 설명한 뒤, 대필해주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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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한상훈 서울 마포경찰서 치안정보계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18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만난 한상훈 치안정보계장. /사진=이지현 기자.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연결해드릴 테니 잠시 기다리세요."

서울 마포경찰서 현관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는 박모씨(60대)는 신체장애인이다. 서울 경찰 최초의 장애인 현관 근무자다. 손이 불편해 의수를 사용하지만, 민원인과의 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다.

아이디어는 한상훈 마포경찰서 치안정보계장(56)에게서 나왔다. 그는 일과 중 1시간 단위로 현관 근무를 교대로 하던 직원들의 수고로움을 덜면서,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완기 마포경찰서장에게 직접 제안했다. 김 서장도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 마포구청과 함께 즉각 도입하기로 했다.

박씨가 현관 안내데스크에 배치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특별히 없다고 한다. 종종 일반 민원인들이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갖고 방문하기도 하는데, 경찰 대신 일반인 근무자가 있으니 직접 항의하는 일도 줄었다.

직원들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열흘에 한 번꼴로 1시간씩 현관 근무를 서야 했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당번이 돌아온다. 박씨가 점심시간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1시간만 근무하면 돼서다. 당번 부담이 적어지니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한 계장은 "현재 첫 단계지만 앞으로 전국에 확산하면 좋겠다"며 "실적보다도 장애인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해 경찰관서뿐 아니라 공공관서에 많은 분이 채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한상훈 서울 마포경찰서 치안정보계장이 현관 안내 데스크 장애인 근무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시각장애인용 민원 서식 점자·음성 안내'도 전국 최초 도입…"집시 신고 불편함 없어야"
한 계장이 마포서에서 장애인을 위한 제도 도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1년 마포서가 전국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민원 서식 점자·음성 안내를 도입한 것에도 기여했다.

1991년 11월 경찰에 입직한 한 계장은 2009년부터 약 14년간 정보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2014년 서울경찰청 정보과에서 사회 단체분야를 관리했는데, 장애인 단체를 포함해 보건복지부 관련 의료계· 시민 사회 단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후 2021년 마포서 정보과 정보분석팀장으로 발령받고 현장에 와보니 시각장애인들이 집회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엔 집시 신고 담당 경찰관이 시각장애인 민원인에게 서식에 관해 설명한 뒤, 대필해주는 방식이었다. 한 계장은 시각장애인 민원인도 집회신고 내용을 직접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계장은 직접 대한안마사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을 차례로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점자책 업체들과 협업해 점자 안내서와 음성안내 파일을 담은 QR코드 문서를 제작했다. 현재는 시범 운영 뒤 본격적으로 민원실에 비치된 상태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2021년 10월 이후로 서울 시내 31개 경찰관서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어려움도 있었다. 한 계장은 "점자책은 기획 단계부터 '이용자가 많이 없을 텐데, 굳이 이걸 왜 하려 하느냐'는 등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했다"면서도 "휠체어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처럼 1년에 한명이 온다 해도 그 민원인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굳은 의지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한 계장은 경찰도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뇌병변 장애인 등 여러 민원인의 불편함을 잘 챙겨서 편의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18일 오전 마포경찰서 민원실에 시각장애인 용 점자·음성안내 민원서식이 놓여있다. /사진= 이지현 기자.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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