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 류준열 "'믿음 향한 인간의 광기 표현?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5.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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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5,700,000 시청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비영어 영화)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39개국에서 TOP10에 진입하며 한국 심리 스릴러 장르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가 각자의 믿음을 좇으며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추적극이다. 연상호 감독의 연출과 알폰소 쿠아론의 총괄 제작 및 자문 참여로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배우 류준열은 "좋은 시대에 태어나 많은 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며 '계시록'의 글로벌 성과에 대한 벅찬 소감을 전했다.

"어안이 벙벙해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양조위 배우를 만났는데 정말 멋진 분이었어요. 질문 하나를 받아도 그냥 안 넘어가셨어요. 제 질문에 답을 명확하게 못 준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메일을 주실 정도였죠. 그때 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기는 그냥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홍콩 영화가 많이 나오던 때 배우를 한 게 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지금 한국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너무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니까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셔서 감사해요."

'계시록'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류준열이 연기한 성민찬은 '계시'를 받았다는 확신 아래 실종 사건의 용의자를 심판하려는 인물이다. 그는 신의 뜻이라는 절대적인 믿음 속에서 인간적인 욕망과 광기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 했다.

"처음부터 감독님과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다듬었어요. 특히 권양래가 추락하고, 성민찬이 조사실에서 녹차를 마시는 장면은 원래는 긴 대사와 경찰들을 설득하는 열변이 있었던 신이었죠. 하지만 연상호 감독님이 '과연 이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결국 대사를 덜고 평온한 얼굴로 순종하는 모습으로 완성됐어요. 돌이켜 보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장면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종교적 색채가 강한 설정에 부담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류준열은 "오히려 종교보다 인간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실제로 교회에서 항의 전화도 없었고요(웃음). 아마 교회에서 제 번호를 모르지 않을까요? 영화가 꼭 종교 이야기로 안 받아들여주셔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떤 여러 다른 종교들도 어떤 믿음의 어떤 카테고리 안에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크게 이슈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항의 전화가 없다는 게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 작품에서 느끼는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종교가 없으신 분들도 각자의 믿음은 있거든요. 죽으면 어디로 갈 것 같다던지 하는 것도 믿음이거든요. 종교를 떠나서 그냥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 자체도 믿음인 거죠. 작게는 약을 위에서 짜는 게 맞나 아래에서 짜는 게 맞나 하는 것도 내 믿음에서 선택하는 거잖아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바탕에 믿음이 있다는 점에서,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계시록'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믿음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구체화하기 위한 장치로 '목사'라는 직업은 탁월했다. 그는 신을 대변하는 인물인 만큼, 연기도 훨씬 직설적이고 과감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목소리 톤에 변화를 많이 줬어요. 유려하고 신뢰감을 주는 말투를 구사하다가도 기도가 끝나는 순간, 갑자기 하이톤으로 치닫는 식이죠.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캐릭터의 광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아내와 차 안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인간적인 욕심이 반영된 유일한 장면이었어요. 성민찬이 대부분 계시를 받지만 그 장면은 계시 반, 또 욕심이 절반 들어가 있어요. 내가 불륜을 해서 해외로 간 목사의 자리에 후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깨끗해야 된다라는 결정을 한 것 같아요. 정제를 해서 본인의 죄와 가족의 죄가 깨끗해질 수 있다는 어리석음이 있었던 거죠. 그런 선택에서 오는 불쾌함이나 거부감을 원했고, 인물이 욕망적으로 비추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배우 신민재와도 특별한 호흡을 맞췄다. 류준열은 "실제 페르소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둘의 닮은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형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연기를 하면서 저에게 늘 '불편하면 말해'라고 하셨어요. 연기할 때 너무 편안했죠. 감독님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우린 이미 익숙해요. 실제로 감독님이 나온 장면을 신민재 선배 친구분의 어머니가 보시고 민재가 TV에 나온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실제로 감독님의 페르소나라는 기사가 났던데 저도 페르소나가 되고 싶어서 부러웠어요."

최근 류준열의 데뷔작인 영화 '소셜포비아'(2015)의 10주년 특별상영 소식도 전해졌다. 류준열에게 '계시록'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저는 뜯어보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래서 늘 제 작품은 두 번 봐주기를 바라죠. 그게 영화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소셜포비아' 개봉이 벌써 10주년이고, 이번에 또 한 번 상영을 하는데 누군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이야기할 거리가 생겨 너무 행복하죠. '계시록'이라는 영화도 함의가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 여러 번 뜯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대사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장면도 있고요. 오래오래 남아서 기억에 딱 떠오르는 그런 작품으로 좀 남았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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