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적자 내는 ‘더 미식’ 라면·즉석밥 만드는 하림산업 익산공장 가보니... “투자 늘려 제품 고도화 노력”
조리는 공장에서, 식사는 집에서… ‘퍼스트 키친’ 실험
5년 누적손실 4100억… “아직은 초기, 투자 이어간다”
지난 17일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에 위치한 하림산업 익산공장. 공장 한쪽에서 라면용 제면 기계가 분주히 돌아가며 밀가루·감자전분을 닭 육수와 섞고 있었다. 만들어진 생면 반죽은 총 7대의 롤러를 차례로 통과해 압축됐고, 마치 종이처럼 얇게 펴졌다. 반죽이 상하로 일정한 진동을 가하는 웨이브 박스(wave box) 틈새로 흘러들자, 반대편에서 구불구불한 형태의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면은 일정한 크기로 성형(成形)을 거쳐 고온의 기름에 튀겨지고,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이동한 뒤 스프와 함께 포장됐다. 하림 관계자는 “시간당 1만8000개에서 2만1000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제면 단계는 사람의 개입 없이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림산업 익산공장은 ‘더(The) 미식’ 브랜드의 각종 식품을 도맡아 생산하고 있다. 더 미식 브랜드는 2021년 10월 15일 ‘더 미식 장인라면’의 출시와 함께 처음 공개됐다. 하림산업은 하림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더 미식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단순 간편식이 아닌,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가진 제품이다. 하림 역시 보편적으로 가정간편식을 통칭할 때 사용되는 HMR(가정식 대체 식품·Home Meal Replacement) 대신 HMI(가정식 그 자체·Home Meal Itself)라는 표현으로 더 미식을 소개하고 있다.
하림은 이를 위해 경쟁사들보다 높은 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하며 차별화했고, 첨가물을 줄이기 위해 제조 공정도 고도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라면 스프는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닭고기, 소고기, 버섯 등을 20시간 이상 끓여낸 액상스프로 만들고, 화학조미료(MSG)는 사용하지 않는다. 더 미식 라면은 현재 비빔면, 짜장라면 등으로 종류를 다양화했다. 이 밖에도 즉석밥, 만두, 각종 레토르트 국물 요리 등도 출시하며 제품군을 넓혔다.
하림은 더 미식 출시에 앞서 2020년 말 전북 익산에 5200억원을 투자해 공장단지를 조성했고, ‘하림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으로 이름을 지었다. 일반 가정집의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공간을 꺼내 공장 형태로 확장, 일종의 ‘커다란 부엌’과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하림 관계자는 “조리보다는 식사에 초점이 맞춰진 요즘 가정의 주방 형태를 고려했다. 조리는 하림이 맡을 테니, 가정에서는 우리가 만든 각종 식품을 소비하면 된다는 개념의 접근”이라고 말했다.
퍼스트 키친은 육수, 육가공품, 소스 등을 생산하는 K1(kitchen1)과 즉석밥을 만드는 K2, 면류를 담당하는 K3와 더불어 FBH(Fulfillment by Harim)라는 물류센터로 구성돼 있다. 총면적은 12만3429㎡(약 3만6500평)로, 축구장 17개 크기다.
이곳은 오버 브릿지(고가·over bridge) 형태의 컨베이어벨트가 각 건물을 연결하는 형태로 건축됐다. 이 때문에 K1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라면 스프는 K3 공장에서 만들어진 면과 한 곳에서 만나 포장되고,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방식의 제조가 가능하다. 하림 관계자는 “설계 단계부터 공정상의 모든 이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식품 제조시설과 물류센터가 한 곳에 있는 식품 공장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치소비를 겨냥하는 하림의 더 미식은 아직 험로를 걷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21년 더 미식을 출시하면서 연 매출 1조5000억원의 대형 브랜드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하림산업은 지난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냈고, 이 기간 누적된 손실 규모만 4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802억원, 영업손실 1276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매출원가가 1328억원으로 매출보다 약 500억원 많았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 경기가 악화하면서, 아직은 소비자가 가정간편식의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더 미식의 제품인 라면류는 출시 초기부터 가격이 2200원으로 책정되며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높았고, 지금도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림은 더 미식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라면의 경우 현재 유탕면과 건면 2개 생산라인만 운영 중이지만, 올해 중 2개 라인을 증설한다. 공장 내 물류센터 역시 설비 확장을 위한 추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비행기는 이륙 후 순항 고도까지 올라가는 구간에서 가장 많은 연료를 쓰고, 기체 흔들림도 심하다. 더 미식 역시 아직은 이런 단계”라며 “지속된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고도화하고, 생산량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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