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엉덩이 만지는 게 내 일”···성추행 면허증 있는 듯 행동한 이들의 정체[히코노미]
[히코노미-19] 정복을 차려입은 일련의 남성들. 멀끔한 차림과는 다르게 이들의 표정은 음흉하기 짝이 없습니다. 돌아다니는 여성의 엉덩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명의 여자라도 놓칠세라 눈을 절대 떼놓지 않는 모습입니다.
풍만한 육체를 유심히 보던 남성. 그가 행동에 나섭니다.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것이었습니다. 공개적인 성추행에 공분이 일만도 했지만, 시민들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남성은 의기양양하며 더욱더 세게 몸을 주무릅니다.
마치 성추행 허가증을 받은 듯이 행동했던 이들은 ‘가벨루’였습니다. 소금을 밀수하는 이들을 검문하는 중세 프랑스의 관리들이었지요. 프랑스 왕실이 소금세를 가부과하면서 밀수가 성행하자 단속반이 출몰한 것이었습니다. 인간 생명에 필수적인 재화를 통한 가렴주구는 프랑스 혁명의 불씨가 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날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프랑스 혁명의 기둥에 소금 알갱이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금은 하얀 황금과 같았습니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재화여서였습니다. 고대부터 인류는 소금을 구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소금을 공급하는 자는 엄청난 부를 일굴 수 있었지요. 소금을 얻으려는 상인들의 발자국은 그대로 무역 길이 되었습니다.
소금길은 로마를 지탱하는 핵심이었습니다. 로마 군인들은 이 길을 지키는 데 투입되곤 했습니다. 제국은 그 대가로 이들에게 금전과 소금을 지급했지요. 라틴어로 봉급을 의미하는 ‘살라리움(Salarium)’에 소금을 뜻하는 Sal이 들어간 이유였습니다. 오늘날 월급의 영어단어 ‘셀러리’(Salary)가 살라리움의 파생어입니다. 소금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는 효과로도 주목받으면서 소금의 가치는 더욱 치솟습니다.
소금세 도입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성왕’(Saint King)으로 통하는 루이 9세가 주인공입니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였던 그는 예수의 영광을 위해 살고자 했던 인물. 왕의 몸으로 직접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을 정도였지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생트샤펠’도 그가 지은 건축물이었습니다.
십자군 전쟁과 예수의 유물을 구입하는 데 엄청난 돈이 쓰입니다. 루이 9세의 프랑스 왕실은 언제나 재정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신하들의 고언이 이어졌지만, 루이 9세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는 대신 새로운 세금 제도의 신설을 명령합니다. ‘가벨’이라고 불리는 소금세였습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인근 ‘에게스모르트’에 염전과 소금창고를 세운 뒤 국가가 세금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봉건 영주들의 협의 없이는 프랑스가 왕실의 위엄을 세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봉건 영주 중 부르고뉴의 영주는 프랑스의 적인 잉글랜드와 동맹을 맺었을 정도였습니다. 프랑스 왕실의 빈약한 왕권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시민들은 ‘울며 소금먹기’로 사야 했습니다. 정부가 구매를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산다고 끝이 아닙니다. 마음대로 쓸 수 있지도 않았습니다. 소금 용도를 고기 염장용, 치즈 만드는 용으로만 사용하게끔 강요합니다.
시민들은 소금이 너무 비싼 나머지 청어에 묻은 소금을 털어서 재활용하곤 했는데, 이 역시 금지됩니다. 더 많은 정부의 소금을 사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단속반이 수시로 가정집 부엌에 들이닥쳤습니다. 그야말로 가렴주구였습니다.
가벨루들은 여성들의 몸을 수시로 만지고 다녔습니다. 당시 밀수꾼들이 여성이나 어린이의 몸에 소금을 숨기는 방식으로 소금을 몰래 들여온 것을 알아서였습니다. 라발이라는 지역에서는 검거된 4788명 밀수꾼 중 60%가 여성과 어린이였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적발된 소금 밀수꾼은 극형에 처해집니다. 처음으로 잡힌 이들은 갤리선 노역 10년형이 내려져서였습니다. 배 지하에 빛도 보지 못한 채 노를 저어야 하는 극형이었습니다. 밀수가 누적되면 사형까지 처했습니다. 밀수범을 숨겨준 사람도 감옥에 갇혔습니다.
왕실이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면서 가벨루들이 애먼 사람을 밀수범으로 몰아넣는 사례도 늘어납니다. 밀수범을 많이 잡을수록 실적이 올라가는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 밤에 물고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염분기 있는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유로 밀수범으로 몰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소금세를 비롯한 착취적 조세구조에 분노의 압력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더 이상 왕정 체제를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자유, 평등, 우애’를 다짐하면서 왕실의 전복을 시도합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었습니다.
혁명 4년 뒤 루이 16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습니다. 수 백년동안 누적된 가벨세가 칼날이 되어 그의 목을 겨눈 셈이었습니다. 정치인 미라보는 “가벨만 진작에 없앴어도 혁명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봉건체제와 식민지배를 무너뜨린 혁명 정신 곳곳에 소금 알갱이가 반짝이고 있는 셈입니다. 소금의 짠내는 어쩌면 민중의 땀과 눈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ㅇ중세 프랑스의 왕 루이 9세는 십자군 전쟁을 위해서 새로운 세금인 ‘소금세’를 신설했다.
ㅇ소금세가 국가 재정에 중대한 이바지를 하면서 소금세는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ㅇ그러나 봉건 영주의 힘에 따라 지역마다 세율이 천차만별로 적용되었고, 이 때문에 지역별 밀수가 늘어났다.
ㅇ정부가 강력하게 이를 단속하면서 결국 이에 저항하는 세력이 생겨났고, 프랑스 혁명의 단초가 됐다. 소금이 혁명의 가루로 불리는 이유였다.
<참고문헌>
ㅇ마크 쿨란스키, 소금-역사를 만든 하얀 황금의 역사, 세종서적, 2003년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전 재산 축의금으로 주고 5천만원 빌려줬는데…여동생 결혼식에 ‘5만원 상품권’ 낸 친오빠 -
- ‘주가 조작’ 의혹 벗은 임창정…18세 연하 아내도 ‘새 출발’ - 매일경제
- “300m 대기줄, 끝이 안 보인다”…지방아파트 견본주택, 7천명 구름인파 몰린 이유는 - 매일경제
- 신입 초봉 7000만원 ‘신의 직장’ 은행원도 못 피해가는 ‘이것’…뭐길래 - 매일경제
- “일단 50만원 드리겠습니다”...붕괴 직전인 자영업자에 직접 지원나선 정부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19일 土(음력 3월 22일)·2025년 4월 20일 日(음력 3월 23일) - 매일경제
- 월급 받자마자 카드값 정산, 오히려 손해?…돈 버는 카드결제일 설정법 - 매일경제
- “와규와 삼겹살이 반값” 이마트, 20일까지 봄맞이 먹거리 할인전 - 매일경제
- “난 괴롭고, 주변사람에겐 미안해 미치겠어요”…간질간질·에취에취 시작됐다면? [MK약국] - 매
- ‘마약 투약 혐의 복역’ 오재원, 마약 수수 혐의도 인정...집행유예 2년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