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유리 멘털이야" "쟤는 친화력이 떨어져"... 조직의 '미세공격'

송옥진 2025. 4.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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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얼룩졌다.

미세공격 자가 체크리스트-(회식에 자주 빠지는 직원에게) "퇴근 후에 늘 바쁘잖아?" "쟤는 사교성이 없어."-(조용한 남성 직원에게) "남자애가 왜 이리 매가리가 없니?" -(연차를 쓰려는 직원에게) "항상 주말에 붙여서 (휴가를) 쓰네." "한창 바쁠 때인데···."-(경력직 입사자에게) "우리 회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처음 오셨으니 한 6개월은 적응하며 쉬엄쉬엄 일하세요." -(2030 직원에게) "요즘 애들은 유리 멘털이야. 열심히 하려는 마음 없이 예민하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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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남대희, 미세공격 주의보
신간 '미세공격 주의보'의 저자 남대희 전 삼성화재 부사장은 조직 내 은밀하고 조용히 일어나는 차별과 배제 등 미세공격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3월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얼룩졌다. 각각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에마 스톤이 시상자로 나선 아시아계 배우들이 트로피를 건넸을 때 보인 태도 탓이었다. 다우니 주니어는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키 호이 콴과 인사는커녕 눈도 안 마주쳤다. 하지만 무대에 있던 다른 백인 배우들과는 악수하고 주먹을 마주치며 친분을 과시했다. 스톤 역시 시상자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배우 양자경을 그냥 지나친 반면 옆에 서 있던 제니퍼 로런스의 뺨에 입을 맞추고 포옹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 첫 번째)와 에마 스톤(오른쪽 두 번째)은 시상식 중 무대에서 아시아계 배우에게 보인 태도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신간 '미세공격 주의보'는 두 배우의 행동을 인종차별 중에서도 '미세공격(Microaggression)'으로 정의한다. 직접적 언행으로 차별을 했다기보다는 미묘하게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세공격을 "누군가의 뺨을 때리듯 만천하에 공개하는 요란한 공격은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은밀하고 조용한 고통을 주는 것"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삼성화재 부사장,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팀장, 언론사 기자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며 겪거나 보고 들은 미세공격 사례를 토대로 책을 썼다. 본인이 미세공격의 주 타깃인 여성, 경력직, 내향형 인간이다 보니 이를 더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요즘 조직은 대놓고 차별하지 않는다. 똑같은 비품을 경력직 사원이 신청했을 때는 재고가 없다며 거절하면서 공채 출신이 요청하면 어떻게라도 구해서 가져다주거나 점심시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곤 했던 'I(내향형)' 직원에게 "일은 꼼꼼히 하는데 친화력이 떨어져"라고 평가하는 식이다. 은근히 무례하며 가랑비, 백색소음과 같은 차별이다.

미세공격은 정신과 의사이자 하버드대 교수 체스터 피어스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는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1970년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아주 작은 것을 의미하는 마이크로(micro)와 공격(aggression)의 합성어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은근한 언어와 행동을 뜻한다. 미세하다고 해서 사소하다는 게 아니다. 공기처럼 일상적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남모를 좌절을 쌓으며 조용한 퇴사를 감행하는 이에게는 작은 위로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세공격을 줄기차게 뿜어내는 이에게는 경계경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세공격 자가 체크리스트
-(회식에 자주 빠지는 직원에게) "퇴근 후에 늘 바쁘잖아?" "쟤는 사교성이 없어."
-(조용한 남성 직원에게) "남자애가 왜 이리 매가리가 없니?"
-(연차를 쓰려는 직원에게) "항상 주말에 붙여서 (휴가를) 쓰네." "한창 바쁠 때인데···."
-(경력직 입사자에게) "우리 회사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처음 오셨으니 한 6개월은 적응하며 쉬엄쉬엄 일하세요."
-(2030 직원에게) "요즘 애들은 유리 멘털이야. 열심히 하려는 마음 없이 예민하기만 해."
미세공격 주의보·남대희 지음·김영사 발행·272쪽·1만8,0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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