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전작권 문제를 왜 우리가 먼저 말하나

이준희 2025. 7. 17. 18: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시작전권 문제가 나오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말하자면 전작권 등을 통해 한국이 일방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걸 우리가 먼저 나서서 거둬들이자고?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북억지력이 기준이다.

거듭 말하건대 전작권 전환은 우리가 먼저 나서 요란 떨 일이 전혀 아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작권은 이념으로 건드릴 문제 아냐
안보에선 모든 가용자산 활용이 원칙
실리와 실용에 입각해 이 문제 다뤄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시작전권 문제가 나오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평통 연설이다. “자기군대 작전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놓고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뒤끝에 그 유명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가 붙었다. ‘사이다 발언’으로 회자됐지만 그해 북한의 첫 핵실험을 감안하면 무모한 치기에 가까웠다.

알다시피 전작권은 미국과 95년 환수에 합의한 뒤 연기와 시한 재설정, 재연기를 거듭하다 박근혜 정부 때 한국군 능력과 안보환경 등을 평가하는 현재의 조건부 전환방식으로 바뀌었다. 정권의 이념과 무관하게 전적으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따른 안보환경 변화가 연기의 계기가 됐다. 북한이 ICBM, SLBM, 극초음속미사일에 이르기까지 핵무력을 고도화한 지금은 그때보다 더 엄중한 상시 위기국면이다.

착각 말 게 있다. 세계 강대국 순위 6위, 군사력 5위 같은 통계에 취해 북한을 상대 안 되는 하수로 보는 인식이다. 이는 재래식 군사력으로 평가한 통계들이다. 핵과 재래식 무기는 애당초 비교대상이 아니다. 핵을 포함한 북한 군사력은 우리의 100배 이상이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소형 전술핵까지 완성한 북핵은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전시용 무기도 아니다.

전작권 환수 주장의 명분은 자주적 군사주권 회복이다. 자주(自主)는 피지배의 아픈 기억을 건드리는 감성적 수사일 뿐 실제로는 위험한 허사(虛辭)다. 유럽, 일본, 호주를 포함해 안보를 온전히 독자적으로 감당하겠다는 나라가 어디 있나. 어떻게든 주변 가용자산을 총동원하려 든다. 대놓고 말하자면 한국이 미국의 (신)식민지라고 강변하던 80년대 NL운동권식 사고의 연장이다. 문재인 정부 때 종전선언 추진도 그렇고 진보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또 전작권부터 들고나오는 의도를 선입견 없이 봐주기 힘든 이유다.

관련해서 차제에 전작권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전작권은 미국의 지배 간섭 수단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미국을 활용하는 귀중한 안보자산으로 보자는 것이다.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가장 유효한 대북억지력일 뿐 아니라 막대한 국가예산을 다른 요긴한 분야로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주한미군과 전작권을 통해 미군 자산을 활용하는 것, 이게 도리어 주체적이지 않나.

트럼프주의가 다른 게 아니다. 미국을 이용해 막대한 경제 안보상 이득을 취하면서도 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콜비 미 국방차관이 연일 한국의 안보의존을 비판하면서 중국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재활용을 주장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말하자면 전작권 등을 통해 한국이 일방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걸 우리가 먼저 나서서 거둬들이자고?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북억지력이 기준이다. 감시 정찰 통신전력과 핵전 능력 등이다. 현재로선 어림도 없을뿐더러 얼마의 시간, 자원, 비용을 투입해야 할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긴말할 것 없다. 설령 미국의 요구가 앞으로 전작권 이양에까지 이른다면 그때 대응하면 된다. 방위비 경감서부터 독자적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등 우리가 요구할 건 많다.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진다는 건 거래의 기본이다. 남북관계에서 낭만적 상상력은 금물이란 건 광복 이래 일관된 경험칙이다. 국가안위가 달린 안보야말로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한 실용주의가 가장 필요한 분야일 것이다.

거듭 말하건대 전작권 전환은 우리가 먼저 나서 요란 떨 일이 전혀 아니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