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 지경에도 혁신 못하면 자멸 [이준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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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직전,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와, 대통령이 아무것이든 다 할 수 있는 나라의 선택'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대통령의 뜻밖의 선처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으나 사실 별 기대 없는 냉소적 한탄이었다.
개인 판단으로 얼마든지 노선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변주하자면 '국힘은 선거에서만 진 게 아니라 보수의 정체성과 목적을 잃어버렸다. 남은 건 고통스러운 자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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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의 원천적 존재 의미 상실
참회 없이 여전히 현상유지 행태만
주류 전면 교체로 지역당 탈피부터

대선 직전,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와, 대통령이 아무것이든 다 할 수 있는 나라의 선택'이라고 썼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의회권력 때문이다. 그러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대통령의 뜻밖의 선처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으나 사실 별 기대 없는 냉소적 한탄이었다. 갓 출범한 이재명 정권을 벌써부터 시비할 건 아니다. 지금은 일단 호의적 관망의 시간이다. 어떻든 실용적 균형이 돋보인 조각(組閣)이나 신중한 외교 행보, 적극적 소통 등 초기 행보들은 대체로 '뜻밖의 선처' 범주에 넣을 만하다.
단, 착각은 금물이다. 대통령의 선의에만 기대는 정치는 위험할뿐더러 지속가능성도 낮다. 개인 판단으로 얼마든지 노선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아바타뿐인 민주당 대표 후보들 간 경쟁은 현 정치구조가 극단적 일인일극체제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정권의 출발이 기대 이상이라고 해서 '제어할 수 없는 체제'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란 뜻이다.
그래서 정작 걱정되는 건 국민의힘이다. 그들이 적절한 제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다. 대놓고 말하자면 실력 이전에 자격부터 없다. 통상 보수의 첫째 가치로 드는 항목이 법치주의다. 계엄이 윤석열 개인의 일탈이었다 해도 그걸 옹호하고 탄핵반대와 윤 지키기를 밀어붙이면서 국힘은 보수당으로서의 존재 명분을 잃었다. 후보교체 소동도 연장선이다. 아예 당의 근본을 허물었는데 무슨 힘을 갖겠나.
더 한심한 건 이러고도 참회하지 않는 점이다. 이제야 슬며시 윤을 외면하면서 적극적 계엄찬성은 아니었느니, 탄핵은 승복했느니 우물거린다. 윤 공관 앞에서 핏대 올리던 모습들을 떠올리면 비루하기 짝이 없다. 선거 패배 뒤 으레 나오는 백서 얘기도 없다. 이 짓들을 한 당 주류가 앞으로도 주류를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청산 없이 재건은 턱도 없다. 오물 위에 뭘 쌓든 결국은 다 오물 덩어리가 된다. 보수가치를 저버린 데 대한 백배사죄와 함께, 계엄옹호와 탄핵거부를 선동하고 윤 지키기에 앞장선 이들을 당직에서 들어내 완전한 주류교체를 이루는 게 당 혁신의 전제조건이다. 가장 약한 수준의 김용태 개혁안조차 뭉개고 영남권 원내대표 체제를 통해 현상유지를 도모하는 한 미래는 없다. 보수주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변주하자면 '국힘은 선거에서만 진 게 아니라 보수의 정체성과 목적을 잃어버렸다. 남은 건 고통스러운 자살뿐'이다.
말 나온 김에 국힘 지역구의원의 3분의 2(59/90)가 영남권이다. 보수진영을 사지로 몰아간 친윤의 확고한 저변이다. 이들이 대선후보와 대표를 세우고 그 안에서 공천과 공직을 보장받는 순환구조를 통해 당을 지역당으로 쪼그라뜨렸다. 탄핵은 이 틀이 깨질 수 있는 일대 사변이었다. 이들의 상투적 구호 '단합'도 다만 변화 거부의 의미다. 단결, 단일대오는 정치덕목이 아니다. 이견이 없으면 그게 어디 민주정당인가. 유승민, 이준석, 안철수, 한동훈 같은 이들이 다 이런 식으로 배척됐다. 현 주류보다는 정치적 자산가치가 훨씬 큰 '배신자'들이다.
변화와 개혁은 원래 패배자의 몫이다. 이름도 남루해진 국민의힘 간판을 내리고 본래 의미의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 핵심이 지역당 이미지부터 벗겨내는 것이다. 개인의 직업적 안위가 아니라 국가의 앞날을 고심하는 정책정당으로 체질을 바꾸고, 그렇게 수권능력을 보여야 이 정권도 제대로 제어할 수 있다.
열패감에 빠진 전체 보수층을 봐서도 이번만은 대충 넘어가선 안 된다. 전당대회까지의 두 달이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지난한 여정의 시작이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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