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이재명 정부와 정청래 당, 뭐가 본색인가

이준희 2025. 8. 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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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출발이 꽤 괜찮다고 쓸 참이었다.

당 강경파가 정권 출범과 함께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은 이념을 넘어 통합으로 국가위기를 극복하겠다는데 최강성 정치인들을 개혁 특위 전면에 세워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당대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실체 없는 내란당과의 전쟁은 민주당 원지지층이 아닌 나머지 절반 국민을 적으로 상정하고 싸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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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출발 바탕인 대통령의 공존·통합
전혀 다른 신임 당대표의 강성 질주
불안감 키우는 민주당 정권 정체성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통령의 출발이 꽤 괜찮다고 쓸 참이었다. 이전 그의 비호감도를 감안하면 대선 득표율을 훨씬 넘는 60%대 지지율은 대단한 것이다. 중도·보수층 태반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진영보다 실용으로 접근한 첫 인사부터 나쁘지 않았다. 몇몇 문제는 인수위 없는 급한 출발로 양해할 만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그를 유난히 꺼린 점을 고려하면 한미 관세협상도 선방이다. 당내 강경 움직임을 제어하는 모습도 전과는 사뭇 달라 기대할 만하다 싶었다.

이 희망적 분위기에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가 찬물을 부었다. 그래, 이게 이재명 정부지. 잠깐의 착각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대표 당선 뒤 그가 쏟아낸 말들은 전혀 정치언어가 아니었다. 원래 막말로 유명했지만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다” 따위는 그의 말마따나 전시(戰時)언어다. 무지막지한 윤석열조차 대놓고 이런 절멸의 언어를 쓰진 않았다.

주목하는 건 정 대표의 이런 언행이 이 대통령의 달라진 정치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협치에 공감하고 자주 소통하겠노라고 했다. 진보매체들도 ‘의미 있는 출발’로 평가했다. 민주정에서 당정일체가 반드시 바람직한 건 아니나 당정의 이견은 구체적 정책 등을 협의할 때 얘기지 정권의 기본방향에서부터 갈리는 걸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정치에서 임기 중반 넘어 대통령과 차기 권력 간 반목은 종종 있었으나 처음부터 대통령과 당대표가 정반대로 엇선 사례는 없었다.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습니다.” 불과 두 달 전의 대통령 취임사다. 여기에다 "싸움은 내가 하겠다. 대통령은 일하시라"는 정 대표의 언사는 불온한 항명처럼 들린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인수한 정 대표가 벌써부터 자기정치를 시작했다는 구설이 도는 이유다. 그가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대상에 대통령도 있나?

말뿐이 아니다. 3대 개혁도 그렇다. 논란 많은 법안들인 만큼 여기서 시비할 건 아니나 문제는 속도다. 당 강경파가 정권 출범과 함께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최우선 과제인 민생 회복, 경제 살리기가 정치갈등에 휩쓸려 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념을 넘어 통합으로 국가위기를 극복하겠다는데 최강성 정치인들을 개혁 특위 전면에 세워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당대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정 대표의 강공 명분은 내란세력의 저항이다. 그러나 내란은 계엄 당일로 끝났고, 대선심판으로 척결됐다. 남은 건 법 절차에 따른 사법적 단죄뿐인데 특검이 냉정하게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발목 잡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했으나 국힘은 필리버스터 해프닝에서 봤듯 저항할 힘도, 능력도, 국민의 호응도 없이 소멸해가는 정당이다. 그래서 내란은 핑계다.

극단은 역풍을 부르게 돼 있다. 정청래식 강공이 사위어가는 극우 내란동조 세력의 숨을 도리어 틔워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계엄·탄핵정국에서 극우 발호의 명분을 준 게 탄핵남발과 입법독주 아니었나. 이제 민주당 정권의 상대는 대표성을 잃은 국힘이 아니라 중도·보수층 국민들이다. 실체 없는 내란당과의 전쟁은 민주당 원지지층이 아닌 나머지 절반 국민을 적으로 상정하고 싸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디 정 대표의 거친 언행과 강성 행보가 모처럼 통합과 실용정치의 싹을 내보인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치 않게 하길 바란다. 혹 정권 차원의 굿캅 배드캅식 역할분담 전략이라면 그건 말할 것도 없이 새 정치의 희망을 꺾는 기만이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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