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선에 돈 쓴다”…‘최강’ K조선 탄력받나 [박수찬의 軍]
미국 조선업이 위기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선과 군함을 바다로 내보내던 미국의 조선업은 연간 수주 잔량 유지도 어려울 정도다. 많은 조선소가 폐쇄되거나 규모를 축소했고, 숙련된 인력도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는 동안 조선 경쟁력이 높은 동맹국으로부터 군함이나 상선을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국 조선소와 동맹국 조선소라는 두 가지 카드를 갖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은 세계적인 선박 기술력과 생산성을 갖췄다. 한국 조선업은 미국에서 새롭게 열린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미국 조선 재건에 韓 조선업 부상
미국은 2015년부터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 함정 발주를 늘려 조선소와 잠수함 건조기반을 발전시키는 작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조선업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미 해군은 2045년까지 군함 381척, 무인 수상정과 잠수정 134척을 확보할 예정이다. 군함의 경우 퇴역 물량을 감안하면 향후 30년간 364척의 신규 함정이 필요하다. 연평균 12척이다.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도 관련 예산이 연간 60억~74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급증한 수요를 미국 조선소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미국 내 군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5개, 연간 인도 수는 평균 1.3척에 불과하다.
시설 노후화와 더불어 용접공, 배관공, 전기공 등 핵심 기술 인력이 부족해 건조 일정이 1~3년씩 늦어지는 실정이다.
파고가 8피트(2.4m)인 바다에서 15노트(시속 28㎞) 이상으로 항해하면 균열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조선소의 품질 관리 문제가 지적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선 한국과 일본 조선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의회조사국(CRS) 로널드 오루크 해군 분석관은 지난달 12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일 조선업체들이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하고 선진 운영기법을 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오루크 분석관은 미군 함정의 특정 모듈을 한국이나 일본 조선소에서 만들고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일본 미츠비시중공업이 미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었으나 한국 조선소는 설계와 인력, 기자재 관리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미군과 MSRA를 맺고 한 달 뒤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함 MRO를 처음 수주했다. 같은해 11월 급유함 유콘도 수주했다.
미국 내 법률은 한국 조선업의 본격적인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과 1984년 확정된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이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해상운송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인이 소유·운영하도록 규정했다.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은 대통령의 일부 예외적 승인 외에는 미군을 위한 선박의 외국 조선소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 의회에는 조선업 강화 법안과 군함을 동맹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법적 제약이 풀린다면 한국 조선소는 수십조 원 규모의 군함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한국에서 미국 군함을 만들 길이 열릴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 및 MRO 거점을 구축했다.
미국 조선업의 부흥 시도는 한국 조선소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과 불확실성, 기술 이전, 공급망 등의 변수가 미군 함정 건조와 MRO 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트라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 조선소와 관련 공급망은 미국에서 39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한다. 조선업에서 일자리 1개가 추가되면 다른 산업에서 2.67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조선업에서 임금이 1달러 오르면 다른 분야 소득은 1.82달러가 증가한다.
미군 함정 건조와 MRO를 해외 조선소에 맡긴다면, 미국 연방정부가 자국 조선소에 지급하는 달러가 감소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미국 내 조선 인프라와 공급망은 한국과 다르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낙후한 미국에서 고성능 군함을 만들거나 수리할 경우에도 한국에서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엔진 부품, 탱크, 밸브, 통신장비 등을 제작하는 국내 중견·중소업체들도 함께 미국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 사업장을 만드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다. 기업 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다.
기술 이전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은 설계와 제작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축적했다.
미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혜택이 꾸준히 제공되어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반도체지원법을 뒤흔들었고, 상호 관세도 엇갈린 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조선업체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미 해군과의 협력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1번함이 건조중인 미 해군 차세대 프리깃함 컨스털레이션급은 건조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공정률이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컨스털레이션급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의 카를로 베르가미니급 호위함을 기반으로 한다. 당초 양측간 공통성을 85%로 맞춰서 신속한 전력화를 추구했으나, 초도함 건조에 들어가고도 미 해군의 설계가 계속 바뀌면서 공통성은 15%까지 낮아졌다. 군사보안에 따른 기술 접근 등의 문제도 있다.
우리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같은 정치·제도·산업·재정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나서서 미국 정치인들에게 조선업 협력의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알리고, 한미 조선 협력이 양측에 상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조선소와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실시, 업체들의 어깨를 한층 가볍게 해줄 필요도 있다. 국내 건조 및 수리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수백 척의 미국 군함을 만들고 수리하는 거대한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국과 일본간에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승패는 기술력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제도, 외교, 산업을 얼마나 정교하게 융합해서 시너지를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 조선업체에만 맡기는 것이 아닌,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인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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