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추가 양산 돌입…글로벌 경쟁 불붙는다 [박수찬의 軍]
한국형 전투기 KF-21 20대 추가 도입을 위한 계약이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은 26일 방위사업청과 각각 KF-21 추가 양산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2차 양산 계약이 이뤄짐으로서 공대공 능력을 갖춘 KF-21 블록1 40대가 2028년까지 만들어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KF-21의 손익분기점을 비롯한 근본적인 문제들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공중전 능력 확보 가까워져
KF-21 양산 2차 계약은 KAI(체계통합 및 조립),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엔진 등), 한화시스템(레이더)이 각각 방위사업청과 계약을 맺는 형태로 이뤄졌다.
KAI는 KF-21 20대 생산 및 후속 군수 지원을 포함해 2조3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KAI는 지난 1차 양산 사업을 통해 KF-21 20대를 제작하면서 추가 양산에 필요한 생산라인 정비 및 경험 축적을 진행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부터 양산 2차 계약에 필요한 원가 검증을 실시했다. 원가 구조를 확인해서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이다.
KF-21 1차 양산 계약 당시에도 고강도 원가 검증을 통해 대당 가격이 940억원 이하로 설정됐지만, 2차 양산 계약에선 물가 상승 및 환율 변동을 반영해서 단가가 약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가격 요소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F-21는 최초양산 1호기가 최종조립에 들어갔다. 최종조립 단계란 비행수락시험에 앞서 기체 구조물(동체, 날개 등)을 결합해 항공기 외형을 완성하고, 전자장비와 엔진 등을 장착한 후 항공기 기능의 정상 작동 여부를 시험하는 것이다.

한화시스템도 방위사업청과 1248억원 규모의 KF-21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잔여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방위사업청이 두 차례에 걸쳐 업체들과 진행한 계약을 통해 KF-21 블록1 40대를 공군에 배치하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KF-21 조종사의 훈련에 쓰일 훈련체계 등도 올해 안에 시험평가가 이뤄진다.
관건은 전투기에 탑재할 무장이다.
지난해 6월 KF-21 1차 양산 계약이 체결됐을 때는 4개월 뒤에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도입 1차분 100발 구매 계약이 맺어졌다. 유럽 MBDA가 제작하는 미티어는 최고 속도 마하 4.5로 비행해 200㎞ 밖 전투기도 요격할 수 있다.
2차 양산 계약이 이뤄졌으므로 미티어 미사일도 빠른 시일 내에 2차 도입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유럽 각국이 군비증강에 나서면서 미사일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미티어 미사일 단가도 시간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비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신속한 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F-21은 조만간 공대지·공대함 능력을 갖춘 블록2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계획 수립 등이 이뤄진다.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블록2 개발이 시작될 계획이다.

기술적 리스크가 블록1보다 높은 셈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KF-21의 체계통합도 리스크가 여전하다. 운용경험이 충분치 않은 기체와 미사일을 통합할 때는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블록2 개발과 더불어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KF-21 후속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
KF-21 블록3로도 불리는 차세대 전투기는 군에서 사전개념연구가 이뤄진 상태로서, 무장과 센서를 기체 내부에 수납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나
문제는 KF-21을 개발·생산해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고 제작해서 이익을 얻으려면 200∼250대를 생산해야 한다.
KF-21 생산 물량은 블록1·2를 포함해서 최대 120대다. 100대 안팎의 추가 물량은 해외 시장에서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수출 역량과 KF-21의 성능 등을 감안하면, 100대 이상을 수출하기는 쉽지 않다.
KF-21의 잠재적 시장은 F-35를 도입할 수 없는 친서방 또는 비동맹 성향 국가다. 정치적·재정적 이유로 F-35를 구매할 길이 막혀있지만, 중국·러시아 전투기를 도입하기도 어려운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세계 각국의 전투기 제작사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능개량과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 사브는 그리펜 E/F를 앞세워 태국과 계약을 맺었고, 콜롬비아와 페루도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튀르키예도 자국산 칸(KAAN) 전투기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 제시하고 있다.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48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산 라팔도 인도네시아 등에 추가 판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투기 개발사들이 기술적 성숙도를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성능개량을 진행한 기종을 앞세워 수주 활동을 펼치면, KF-21은 강력한 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산 무기를 쓰고 있는 국가들이 KF-21 대신 타국의 전투기를 구매한다면, 한국은 잠재적인 방위산업 시장을 잃게 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KF-21의 완성도를 서둘러 높여야 한다.
수조원을 들여 고가의 첨단 전투기를 도입하는 국가로선 전천후 공격·탐색 능력을 온전히 갖춘 기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1차 F-X 사업 당시 전천후 전투능력이 덜 갖춰졌던 라팔과 유로파이터 대신 기술적으로 검증됐고 지·해·공 전투능력을 완전히 확보한 F-15K를 구매했다.
KF-21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국산 항공무장 개발이 진행중이지만, 전력화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면 이미 전천후 전투기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확보한 그리펜 E/F 등의 경쟁기종에 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뛰어난 성능을 지닌 외국산 항공무장을 수출용으로 장착, 해외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F-21은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아이리스-티(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 공중전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최근 항공작전은 지상 공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먼 거리에서 표적을 파괴하는 장거리 정밀 폭격이 중시되는 모양새다. 따라서 타우러스 미사일처럼 장거리 공대지 능력을 지닌 항공무장을 결합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해외 시장 개척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KF-21 생산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과 정부가 참여하는 ‘수출 원팀’을 구성할 필요도 있다.

KF-21은 국내 항공우주산업과 공군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투기다. KF-21이 산업적 측면에서 성공해야 후속 연구도 이뤄질 수 있다.
KF-21의 성능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정치·기술·산업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항공우주산업 기반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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