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찾고 싶으면 “진시에게 연락해” [사람IN]

문준영 수습기자 2025. 4. 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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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랬다.

해외 입양은 어쩔 수 없고 심지어 괜찮은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해외 입양인의 부모들이 이제 80대가 됐다고 해요. 지금이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잖아요." 배씨는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제가 대통령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기록이라도 해두면 다음 세대가 기억할 수 있겠죠." 오늘도 친부모를 찾고 싶은 해외 입양인이 '진시에게 연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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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해외입양연대(MOAA) 배진시씨. ⓒ시사IN 이명익

그때는 그랬다. 해외 입양은 어쩔 수 없고 심지어 괜찮은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배척과 외면 속에서 이국땅으로 보내진 어린아이들은 잊혔다. 긴 세월이 흘렀다. 어른이 된 입양인이 자신의 친부모와 고향을 찾고 싶어 했지만 모국어를 까먹은 지 오래였다. 언제부턴가 프랑스 입양인 커뮤니티에서 낯선 여성의 이름이 입소문을 탔다. 한국에 가고 싶으면 “진시에게 연락해”.

2005년, 프랑스 유학 중이던 배진시씨(51)는 아르바이트 삼아 보르도에 있는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국 유학생도 별로 없고 한류 열풍이 돌기도 한참 전이었다. 배씨는 프랑스에 한국어 교실이 14개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 보니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대부분 동양인, 특히 1988 서울올림픽을 치르기 전 한국에서 프랑스로 간 해외 입양인이었다. 배씨와 또래이던 입양인들은 금세 친해졌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동양인이자 입양아로서 성장하며 받은 상처를 배씨에게 털어놓았다. 실종 아동을 고아로 둔갑시켜 해외에 보내버리거나, 아이를 소아성애자나 마약중독자 집에 입양 보낸 경우도 있었다. 배씨는 이런 이야기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2009년 배씨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럽에서 알고 지내던 해외 입양인의 입국을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주로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배씨는 “해달라는 대로 한다”라고 답했다. “증언하고 싶어 하면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고,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하면 고향에 데려가고, 엄마를 만났는데 통역을 해달라 하면 통역해주고.” 소속 없이 활동하다 보니 생기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바로 명분이다. 해외 입양인과 함께 어느 기관에 갈 때마다 담당자는 배씨에게 “어디서 왔느냐”라고 물었다. 그 명분을 만들기 위해 배씨는 여러 지인과 함께 지난해 봄 ‘몽테뉴 해외입양연대(MOAA)’를 만들었다. 이제는 자신이 해외 입양인을 돕고 있는 사람이라며 건넬 명함이 생겼다.

친부모가 누구인지 아는 일은 누구나 태생으로 갖고 있는 ‘알권리’라는 게 배씨의 생각이다. 그는 “아동의 권리는 성인의 권리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해외 입양인의 알권리를 늦게나마 보장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외 입양인의 부모들이 이제 80대가 됐다고 해요. 지금이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잖아요.” 배씨는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제가 대통령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기록이라도 해두면 다음 세대가 기억할 수 있겠죠.” 오늘도 친부모를 찾고 싶은 해외 입양인이 ‘진시에게 연락’하고 있다. 

문준영 수습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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