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어렵지만 해봐야죠”… 대구내일학교 영화관 무인주문기 체험 현장 가보니

최수현 기자 2025. 4. 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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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주문기 도입률 매년 증가세… 고령 성인학습자들 디지털 능력 향상 필요성
대구내일학교, 디지털 학습 기회 제공
17일 오전 CGV대구아카데미에서 대구내일학교 학습자가 키오스크 활용 창의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수현 기자

"아따 어렵다. 그래도 해봐야 다음에도 쓰지"

대구내일학교의 한 성인 학습자가 영화관 키오스크(무인주문기)의 첫 사용을 마치고 뱉어낸 탄성이다.

17일 오전 대구시교육청의 대구내일학교 중학과정 2학년 학생 62명은 CGV 대구아카데미에서 키오스크 활용 창의체험활동 교육을 진행했다.

대구내일학교는 대구시교육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초중학교 학력 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 18세 이상의 성인에게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문자해득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번 체험활동은 식당, 카페, 영화관 등 일상생활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고령의 성인학습자들이 현장체험을 통해 디지털 활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5%에 그치던 외식업계의 무인주문기 사용률은 2024년 12.9%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경북권의 경우 2024년 3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무인주문기 사용률을 보였으며, 전년(12%) 대비 210%의 증감률을 기록할 만큼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17일 오전 CGV대구아카데미에서 대구내일학교 학습자가 키오스크 활용 창의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수현 기자

이날 체험활동은 영화관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티켓 발권, 카드결제, 영화표 보는 법 등 영화관 이용 전반을 수행했다. 학습자들은 처음 사용하는 키오스크에 대해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한 학습자가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마다 뒷줄의 학습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키오스크 작동법을 구경했다. 몇몇 학습자는 이용 중이지 않은 키오스크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키오스크를 처음 사용해 보는 학습자들은 화면을 터치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터치식 화면이 익숙하지 않은 듯 물리 버튼식 키패드를 누르듯 화면을 꾹꾹 눌렀다.

한 학습자는 키오스크가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자 "에이 못 하겠다"라며 욱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키오스크를 안내하던 학교 인솔자가 "부드럽게 다뤄주셔야 한다"며 "손톱 끝으로 살짝 터치해 보시라"고 말하자 학습자는 화면을 가볍게 톡 건드렸다. 이에 키오스크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손톱으로 살짝 건드리면 되네. 힘으로 하는 게 아니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첫 키오스크 사용을 마친 또 다른 학습자는 "혼자서는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배우고 자꾸 해봐야 한다.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동급생들을 독려했다.

반면 이날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한 학습자는 "껌이네 껌"이라며 신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처음 키오스크를 만져본 60대 김모 씨는 "맨날 아이들이 해줘서 이번에 처음 키오스크를 만져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점은 없었다. 천천히 하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뒤에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서 잘 안된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부 학습자들은 결제할 카드를 기계에 삽입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카드를 삽입하세요'라는 문구와 그림이 화면에 표시됐지만 카드 삽입 구멍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일부 카드의 IC칩이 읽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마그네틱 카드를 읽히는 방법도 교육됐다.

이날 체험학습에 참석한 고용숙(65)씨는 "요즘은 식당에서도 대부분 키오스크를 사용해서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면 밥을 먹지 못한다. 아이들 없이 다닐 때 한번 겪어보니 직접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몰라서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옆에서 하는 것을 보고 배웠는데 여러번 해보다 보니 이제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 요즘은 남편과 둘이 나오면 직접 키오스크로 주문한다"며 "이번 영화 예매 키오스크는 좌석을 고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화면과 멀리 떨어지고 싶은데 어디가 뒤쪽인지 찾기 어려웠다. 나머지는 화면에 나와 있는 대로 하면 돼서 괜찮았다. 다만 버튼의 위치를 찾는 건 조금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내일학교는 고령 학습자들이 디지털 환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 과목을 초등 연간 15시간, 중학 연간 25시간 개설해 스마트폰 활용, 스미싱 예방 등 다양한 디지털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수현 기자 sh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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