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협상 해보니...미국 "품목 관세 협상 불가", 요구 조건도 안 밝혀

이정혁 2025. 4. 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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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상호관세 부과 후 첫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에서 '논외'로 하고, 협상이 가능한 상호관세도 기본 관세인 10%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EU는 '상호 공산품 관세 전면 철폐'라는 카드를 들고 회담에 임했는데, 미국이 EU에 부과된 세 가지 관세 가운데 상호관세만 협상 대상으로 한정한 데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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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도 기본 세율 10% 이하 못 내려"
협상서 "국내 산업에 관세 필요" 주장 반복
마로시 세프초비치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열린 주간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상호관세 부과 후 첫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에서 '논외'로 하고, 협상이 가능한 상호관세도 기본 관세인 10%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공산품 무관세'를 주장하며 폭넓은 협상을 기대해온 EU 대표단은 퇴짜를 맞은 셈이 됐다.


"EU에 요구 없이… '관세로 산업 증진' 주장만"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EU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EU 간의 관세 협상이 진전 없이 끝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날 마로시 세프초비치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미국 워싱턴을 직접 찾아가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의 담판을 시도했지만 헛수고로 돌아갔다.

이날 EU는 현재 발효 중인 △철강·알루미늄 관세 △자동차 관세 △상호관세(EU의 경우 20%)를 모두 논의하려 시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은 회담에서 "자동차, 철강 관세 등 품목별 관세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상호관세도 현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기본관세율(10%)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국 대표들은 EU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자국으로 산업을 옮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관세 인하 회담에서 '관세를 감당해야 할 이유'만 강조한 셈이다.


"도대체 어디가 유연한지…" EU 외교관 '분통'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담은 표를 들고 웃음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회담을 마친 EU 관계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한 EU 외교관은 15일 FT에 "미국이 상호관세에는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 말했다"며 "10% 하한선이 있는데 도대체 어디가 '유연'한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EU는 '상호 공산품 관세 전면 철폐'라는 카드를 들고 회담에 임했는데, 미국이 EU에 부과된 세 가지 관세 가운데 상호관세만 협상 대상으로 한정한 데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외교관도 FT에 "그들(미국)은 너무 자주 바뀐다"며 "진짜 목표는 무엇이고 어떤 게 협상 전술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도 불분명하다"며 "(미국이) 긴장을 유지하며 모든 것을 '임시적 조치'로 만드는 게 패턴이 됐다"고 지적했다.

불만의 기류는 EU의 공식 입장에서도 드러났다. 올로프 길 EU 무역 담당 대변인은 15일 "EU는 제 할 일을 다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협상은 양방향이어야 하고 양측이 무언가를 가져와야 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의 입을 빌려 미국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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