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방패' 이창호, '최강의 창' 유창혁 꺾고 시니어 세계바둑오픈 우승

이창호, 바둑을 둘 수 있는 것이 ‘복’ … 최대한 즐기려 노력

이창호 9단(오른쪽)과 유창혁 9단이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MHN 엄민용 선임기자) 세계 최고의 방패 앞에서 세계 최강의 창 끝은 무뎠다.

세계 '바둑 전설'들의 대격돌에서 '신산' 이창호 9단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창호 9단은 16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바둑오픈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의 공격수'로 불리던 유창혁 9단을 맞아 304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으로 2집반을 남기며 초대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창호 9단이 신중하게 착점하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이날 대국 초반에는 '일지매' 유창혁 9단의 공격이 통했다. 첫 전투부터 잘 풀어 간 유창혁 9단은 중반에 들어서기 전까지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그러나 한때 세계를 양분하던 절대강자들의 대결답게 이날 바둑은 중반에 들어서면서 요동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는 널을 뛰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던 승부의 저울추는 끝내기에 들어서면서 이창호 9단 쪽으로 기울었다. 이창호 9단은 완벽한 뒷단속으로 자신이 왜 '신산'으로 불리는지를 반상에서 보여줬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창호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이창호 9단(왼쪽)과 유창혁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우승을 확정지은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창호 9단은 "유창혁 9단은 항상 어렵게 생각하는 선배로, 반상에서 마주할 때는 그저 열심히 두자는 생각만 한다"며 "오늘은 운이 따라줘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좋아하는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둘 수 있었던 것을 복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즐겁게 생각하고 최대한 바둑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원해 주신 팬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창호 9단과 김성만 블리츠자산운용 회장이 상금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양재호 사무총장, 이창호 9단, 김성만 회장, 유창혁 9단, 김태규 대표(왼쪽부터) 등이 시상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결승전이 끝난 직후에는 블리츠자산운용 김성만 회장과 김태규 대표,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성만 회장은 우승한 이창호 9단에게 상금 3000만 원과 트로피를, 김태규 대표는 준우승한 유창혁 9단에게 상금 1000만 원과 트로피를 전달했다.

한편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바둑오픈은 프로와 아마추어, 국적의 경계를 허문 글로벌 오픈대회로 남녀 시니어 프로(남자 만 50세 이상 / 여자 만 40세 이상)와 아마추어 남자 만 50세 이상, 여자 만 19세 이상 선수가 출전해 자웅을 겨뤘다. 지난 1월 열린 예선에는 프로 부문에 33명이 출전해 12명을, 아마 부문에 54명이 출전해 6명을 선발했다. 여기에 후원사 시드 6명이 합류해 24강 본선 토너먼트를 벌인 결과 이창호 9단이 최종 우승하며 첫 대회를 마무리했다.

블리츠자산운용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 제1회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바둑오픈의 제한시간은 시간누적 방식으로 각자 10분에 추가 시간 20초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