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먹튀 논란' 인니 대신 UAE?…KF-21 전투기 사업 '반전 국면'

김인한 기자 2025. 4. 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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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UAE,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 체결…UAE는 4.6조원 규모로 천궁Ⅱ 도입한 K방산 큰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주요 재원.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개발 사업이 UAE(아랍에미리트)의 관심 표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KF-21 사업은 총 8조8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4.5세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총개발비 가운데 1조6000억원을 내기로 약속한 뒤 재정난을 이유로 '6000억원 분담'만 통보하면서 난항을 겪어왔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영수 공군참모총장(대장)은 이날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라시드 모하메드 알 샴시 UAE 공군방공사령관(소장)과 만나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 의향서에는 KF-21이 참가하는 훈련에 UAE 공군이 참관하고 관련 부대를 방문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UAE가 이번 의향서 체결 과정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KF-21 공동개발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KF-21에 대한 관심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UAE는 과거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 지연 때도 한국 측에 KF-21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2022년 4조6500억원 규모로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 천궁-Ⅱ를 도입한 K방산의 큰손이다.

알 샴시 사령관과 함께 방한한 아잔 알리 알누아이미 공군전투센터 사령관(준장)은 이날 KF-21 시제기에 탑승해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조종사와 함께 시험 비행에 나섰다고 한다. UAE 측은 오는 17일 출국 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강구영 KAI 사장 등을 만나 방산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관련 인도네시아 개발 분담금 변화 일지.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다만 정부는 UAE와는 별개로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석종건 방사청장이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계기로 KF-21 관련 양국 실무진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석 차장은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도니 에르마완 타우판토 국방부 차관과 만나 KF-21을 공동개발하는 데 지속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1월 우리 정부와 협의해 총개발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6000억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시제기 1대와 전투기 48대의 현지 생산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다가 같은해 8월 분담금을 6000억원만 내겠다고 통보했다. 인도네시아는 그간 분담금을 팜유 등 현물로 내겠다고 제안하거나 납부기한을 2034년까지 8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네시아는 KAI에 파견된 자국 직원 5명이 지난해 12월 KF-21 자료를 빼돌리려다가 적발돼 검찰에 송치된 이후 KF-21 공동개발 사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축소도 받아들였으나 아직 KF-21 공동개발 합의서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KF-21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튀르키예의 5세대 전투기 'TF-X KAAN'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KF-21 개발 사업이 10년 가까이 진행됐는데 뒤늦게 분담금을 조정하고 튀르키예 전투기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먹튀'(먹고 튀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한국에 자국 기술진 약 200명을 순환 파견해 기술을 습득해온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후 인도네시아의 방산 시장을 추가 공략하기 위해 KF-21 관련 협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추후 KF-21의 전력화 시기가 지연되지 않도록 협상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인도네시아 측이 당초 원했던 시제기 1대와 기술이전 수준도 분담금을 초과하면 줄 수 없다는 원칙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KF-21 개발 일지.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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