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석탄 르네상스’ 선언 [유레카]

김정수 기자 2025. 4.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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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가 2~3도 오르는 것은 러시아엔 그리 나쁘지 않다. 모피 코트에 돈을 덜 써도 되고, (동토가 녹아) 곡물 수확은 늘어날 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3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후회의에서 한 이 발언은 러시아의 교토의정서 비준을 고대하는 각국 대표들을 순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가 석탄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은 생뚱맞지만 푸틴이 한 것 같은 농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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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가 2~3도 오르는 것은 러시아엔 그리 나쁘지 않다. 모피 코트에 돈을 덜 써도 되고, (동토가 녹아) 곡물 수확은 늘어날 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3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후회의에서 한 이 발언은 러시아의 교토의정서 비준을 고대하는 각국 대표들을 순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발언은 물론 썰렁한 농담이었다. 실제 러시아는 이듬해 의정서를 비준해 발효될 수 있게 했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을 겨냥한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를 선언했다. 그가 석탄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은 생뚱맞지만 푸틴이 한 것 같은 농담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광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석탄발전소에 대한 배출 규제를 유예하고, 노후 석탄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 토지 내 석탄 채굴 허가 재개와 국방물자생산법을 적용한 석탄 생산 확대까지 지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석탄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가장 더러운 에너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전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1%인 156억톤이 석탄으로 불을 피우고, 전기를 만들고, 공장을 돌리는 과정에 배출된 것으로 본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이런 이산화탄소 배출을 빠르게 줄여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사실이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은 탈석탄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영국, 스웨덴, 벨기에, 핀란드 등은 이미 마지막 석탄발전소의 불을 껐고, 프랑스는 2027년, 캐나다는 2030년,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석탄은 탈 때 황산화물 같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뿐 아니라 수은과 비소 등 중금속까지 방출해 사람의 건강을 직접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가 일으키는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가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런 형편에 기후위기를 초래한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나라 지도자가 기후위기를 부르는 석탄에 ‘아름답다’는 수식어까지 바치며 부활을 시도하고 나선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러다가 머지않아 온실가스도 좋고, 지구 온난화가 돼도 괜찮다는 말을 듣게 되지나 않을까 두렵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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