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정당" "야 조용히 해!"…말싸움·몸싸움, 국회 아수라장
“자신 있어?”(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길 왜 넘어오냐고.”(김용만 민주당 의원)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2012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잘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뒤엉켜 몸싸움을 곁들인 말싸움을 하는 바람에 마치 벤치클리어링(스포츠 경기에서 양팀 벤치에 있는 모든 선수가 뛰어나와 충돌하는 일)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이날 열린 첫 대정부질문(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서 네 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은 내란 공모 정당으로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게 발화점이 됐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책상을 세게 치고 일어나 삿대질로 반발하자 여야 의원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사이에선 거친 언사가 오갔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왜 국회의원한테 손가락질이야?”
▶권 의원=“야, 조용히 해!”
▶조 의원= “야라니!”
▶권 의원=“(민주당 의석으로 넘어가) 내란 공범이라니!”
▶김용만 의원=“(가슴을 펴고 들이밀며) 여길 왜 넘어오냐고!”
▶부승찬 의원=“자신 있어?”
▶김준혁 민주당 의원=“여태껏 이렇게 넘어온 건 처음이잖아!”
권 의원을 진정시키려 뒤따라붙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권 의원을 매섭게 압박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한데 엉키는 상황이 됐고, 이런 상황은 10여 분간 지속됐다.
일촉즉발의 순간에 나선 건 사회를 보던 이학영 국회부의장이었다. 그는 “의원님들 좀 막아주세요. 밖으로 좀 나가주세요”라고 말하며 다급히 중재에 나섰고, 육탄전으로 치닫기 직전 가까스로 충돌은 멈췄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초반부터 과열됐다. 6·3 대선 정국이 시작된 만큼 주도권 다툼 양상이었다.
민주당은 ‘대선 출마설’에 휩싸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집중 난타했다. 정작 한 대행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지만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과 후보자 두 명을 지명한 걸 두고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미리 훔친 것과 같다”(강선우 의원), “권한대행은 선출된 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권한 행사를 하면 안 된다”(김영배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영배 의원은 “한 대행에게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것을 보고하라”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박 장관이 “총리가 필요성이 있다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법꾸라지(법+미꾸라지)’ 면모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병주 의원은 “한 대행은 윤석열의 아바타이자 내란 공범”이라며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대선 출마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한 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에 나갈 것인가”라고 직접 물었다는 사실을 전한 본지 보도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쇄도했다. “중립적인 선거 관리를 위한 대행이 외국 정상과 출마 운운하는 것이 도대체 제정신인가”(김병주 의원),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세계관을 볼 때 서로 무언가를 거래하고 나서 유력 대선 후보라는 말을 들은 것 아니냐”(김영배 의원)는 식의 문제 제기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했다. 유상범 의원은 “지금 법원에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전과 4범의 유력한 대선 주자가 이 전 대표”이라며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이 중단된다고 말하는데, 이건 국민을 선동하는 동시에 사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형두 의원은 이 전 대표의 형사 사건 재판이 장기화하는 데 대해 “누구라도 똑같은 권리를 누리며 수사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유민주주의 기초”라고 지적했다. 주진우 의원도 “이 전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평화부지사직을 만들었고,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북한에 800만 달러를 갖다 바쳤다”며 “이 전 부지사를 계속 감싸며 국민에 사과 한 마디 없는 민주당이야말로 외환 옹호 당 아닌가”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의 동기를 민주당에 돌리기도 했다. 유 의원은 “윤석열 정부 내내 민주당 의회 독재가 우리 국회의 민낯”이라고 했고, 최 의원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서른 차례의 탄핵소추안 발의 현황이 놀랍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한 대행의 국회 불출석에 대해 “국무총리가 교섭단체의 양해나 의장의 허가 없이 일방적으로 불출석한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다른 일정으로 불출석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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