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칼럼] 원스톱 쇼핑할까, 바겐세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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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밤(이하 현지시간)까지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를 한 후 자신의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고율 관세를 발표한 직후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수익률 급등)하며 트럼프 전략의 약점을 정확히 타격했다.
로이터는 "중국은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미국의 압력을 견디며 트럼프가 무리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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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의 예측불가 치킨게임
사이에 낀 한국, 국운 건 선택 눈앞
관세 협상은 적극적, 타결엔 신중해야
“나는 방금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 (중략) 원스톱 쇼핑은 정말 아름답고 효율적이다! 중국도 간절히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그들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는 듯하다. 우리는 그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으며, 곧 일이 벌어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밤(이하 현지시간)까지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를 한 후 자신의 전략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한 대행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무역흑자 축소는 물론 대미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조선 LNG 분야 협조도 수용 의사를 밝혔고, 심지어 안보와 무역의 연계도 언급했다. 트럼프가 ‘아름다운 원스톱 쇼핑’이라고 환호할 만하다.
트럼프는 관세가 미국의 고질적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해결할 무기라고 본다. 미국을 대체할 대규모 시장이 없기 때문에, 관세 장벽을 피하려 수출국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 무역적자뿐 아니라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려는 것이다. 또 내국세 증세 대신 관세를 늘리면 유권자 반발을 피하며 재정적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상대국들이 맞불 관세로 저항하거나, 미국을 배제한 무역 질서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제사회 공동 대응을 막는 수단이 나라별 차등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각국이 트럼프 전략에 순응할지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한국을 비롯한 10여 개 나라가 계산대로 움직였다.
그런데 트럼프 전략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바로 미국 국채다. 과도한 관세는 미국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고금리는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미국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 그 우려가 확산하면, 최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트럼프의 기쁨은 반나절을 넘기지 못했다. 고율 관세를 발표한 직후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수익률 급등)하며 트럼프 전략의 약점을 정확히 타격했다. 놀란 트럼프는 9일 오후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이 기간 10%만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트럼프 전략의 취약점을 확인했다. 관세 장벽은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순응을 거부하거나, 국제사회가 연대하면 무너질 모래성이다. 중국은 트럼프가 간절히 기다리던 전화를 거부했다. 로이터는 “중국은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미국의 압력을 견디며 트럼프가 무리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극적 유턴’을 목격한 유럽연합(EU)도 중국에 부과하려던 전기차 고율 관세 재협상에 나서는 등 중국에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트럼프가 좋아하는 ‘원스톱 쇼핑’에 호응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대세가 드러나길 기다릴 것인가. 미중의 치킨게임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 7,600억 달러 어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도 결코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미국이 불리하다고 보는 쪽이 약간 더 우세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이 중국 승리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협상에는 다른 나라보다 먼저 나서되 협상에서 유연하게 조건을 조정할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EU 일본 등과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대통령이 부재한 특수 상황이라는 점을 설득해 협상 타결을 늦추면, 미국도 수긍할 것이다.
만에 하나 미국과 조기 협상 타결로 6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대선 주자가 있다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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