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떠난 의대생 뭐하나 봤더니’ 수능 재준비 열공중 [세상&]

안효정 2025. 4. 12. 12: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올해 의과대학에 진학한 A씨.

B씨는 "메디스태프에서 복귀한 학생들 명단이 공개되고 조리돌림 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내가 내키는 대로 행동하질 못하겠더라"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니 (수업 참여 여부에 대한) 고민만 깊어졌다. 잡생각을 떨쳐 버리고 무언가 집중할 게 필요해 찾은 것이 수능 준비였다"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 신입생 중심으로 ‘수능 재준비’
‘복귀→낙인’ VS ‘미복귀→유급·제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처해
“밑져야 본전”, “효율적 시간 쓰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의대 정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하면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긴 하나 아직 정부의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의대생의 수업 참여도를 지켜보고 이달 중순께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한 윤 전 대통령이 직을 상실함에 따라 조기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올해 의과대학에 진학한 A씨. 그는 학교 안팎에선 ‘신입생’ 소리를 듣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스스로를 ‘수험생’ 신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초부터 다가오는 2026학년도 수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연이어 수능을 치르기로 결심한 건 의대 예과생들의 수업 복귀가 미진해서다. A씨 역시 학교 안팎의 분위기를 살피다 등록만 하고 현재 수업을 듣고 있진 않다.

A씨는 “언제 제대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지 몰라 계속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차라리 수능 공부를 다시 해서 더 상위권 의대를 노려보는 게 지금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이 최근 다시 수능 준비를 하며 ‘수험생 모드’에 돌입한 의대 신입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수업에 복귀하면 메디스태프와 같은 의료계 커뮤니티에서 낙인 찍히고,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제적 위기에 놓이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수능 재준비를 나름의 돌파구로 찾았다. ‘학교 안팎으로 눈치 보느라 어차피 시간을 날릴 바에야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의사국가시험(국시)를 앞두고 수업 복귀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는 본과 3·4학년들과 달리, 예과 1·2학년 학생들 대다수는 여전히 수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본과 3, 4학년 등 고학년들은 병원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데다 국시를 치르기 위해선 주당 36시간·총 52주 임상실습 기간을 채워야 해 속속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의대 신입생 등을 비롯한 저학년들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서 ‘수업 거부’ 지침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아직 강의 출석을 망설이고 있다.

비수도권 의대 25학번 B씨는 의정갈등 사태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능 공부를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그토록 바라던 대학생이 됐지만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수업에 복귀하기는 여전히 두렵다고 털어놨다.

B씨는 “메디스태프에서 복귀한 학생들 명단이 공개되고 조리돌림 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내가 내키는 대로 행동하질 못하겠더라”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니 (수업 참여 여부에 대한) 고민만 깊어졌다. 잡생각을 떨쳐 버리고 무언가 집중할 게 필요해 찾은 것이 수능 준비였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다시 수험 생활을 시작했다는 의예과생 C씨는 수능 재준비가 ‘밑져야 본전’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작년보다 (올해 보는) 수능 성적이 더 잘 나오면 지금보다 높은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오히려 좋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설령 수능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오더라도 유급·제적을 피해 다른 의대에 갈 수 있는 카드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러나저러나 내 손에 카드를 많이 쥐고 있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와 각 대학들은 ‘엄정한 학사관리’ 방침 하에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학사 유연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 의대생이 등록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