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키운 ‘국민경선’, 친명 뜻대로 경선룰서 빠진다

김나한.강보현 2025. 4. 1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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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경선룰 갈등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선 캠프의 주요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병도 종합상황실장, 윤후덕 정책본부장, 강훈식 총괄본부장, 이 전 대표, 윤호중 선대위원장, 김영진 정무전략본부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일반 국민)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는 11일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론을 내리고 12일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민주당에선 ‘국민참여경선’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국민참여경선’과는 차이가 있다. 2002년 대선 이래 민주당은 일반 국민도 대선 경선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무현 신화’를 가능케 기제였다. 2022년 대선 때도 민주당은 ‘내 손으로 직접 뽑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내걸고 본경선에서 216만 명의 선거인단에게 투표권을 줬다.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 의지해온 것과 차이였다.

민주당이 전통이라면 전통인 일반 국민 선거인단 방식을 끝내려는 건 당권을 쥔 친명(친이재명)계가 “경선룰을 바꾸자”고 나서면서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투표 50%로 후보를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 선거인단 모집을 여론조사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주자들은 “기존 룰대로 하자”고 맞서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 측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들어온 국민경선 원칙을 파괴하지 말라”며 “이제라도 후보 측 대리인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두관 전 의원 측도 “어떻게 중도층과 국민을 포용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친명계가 이제 와 경선룰을 바꾸자고 한 건 ‘역선택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경선 때 앞서가던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논란 후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일격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낙연 후보 62.37%, 이재명 후보 28.30%를 기록하자 이 후보 측에선 “특정 종교 집단이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재명 후보가 50.29%로 당선됐는데, 사퇴 후보 표를 무효로 처리하지 않았더라면 결선투표까지 가야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10일 당규위 비공개회의에서 “전광훈과 전한길이 움직이는 100만 명이 조직적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공개적으론 “어떤 결정도 수용하겠다”고 말하지만, 당 내부에선 친명계 측의 입장이 관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도 기존 룰을 바꿔 권리당원의 몫을 40%에서 56%로 늘려 친명계에 입맛에 맞게 바꾼 전력이 있어서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캠프 인사 9인을 직접 소개했다. ‘일극 체제’라는 비판을 고려하고 ‘원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캠프 좌장 격인 선대위원장은 윤호중 의원(5선)이다. 그는 20대 국회 이해찬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이해찬계’로 분류된다. 이 전 대표는 “오랜 당무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민주당을 잘 이끌어 왔다”고 설명했다. 총괄본부장은 충남의 3선 강훈식 의원이다. 계파색이 옅은 정책·전략통이다. 종합상황실장과 공보단장을 맡은 한병도(3선)·박수현(재선) 의원은 각각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민소통수석 출신이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 정책본부장이었던 4선 윤후덕 의원은 이번 경선 캠프에서도 정책본부장직을 맡았다. 캠프 정무전략본부장은 3선의 친명계 김영진 의원으로 지난해 이 전 대표 연임을 가능케 한 당헌·당규 개정에 반대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이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이해식 의원은 비서실장, 원내대변인이었던 강유정 의원은 캠프 대변인이 됐다. TV토론 본부장 자리는 재선의 이소영 의원에게 갔다.

김나한·강보현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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