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부터 ‘의대생 무더기 유급’ 시작…모집인원 줄다리기는 계속

이우연 기자 2025. 4.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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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대생 집단행동 사태가 대규모 유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학년을 대거 유급 처리하기로 결정한 고려대를 시작으로 다음주 중 연세대, 아주대 등 다수 의대가 복귀하지 않는 학생을 유급할 것으로 보인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은 한겨레에 "2주짜리 임상 실습을 참석하지 않아 원칙대로 유급 결정이 불가피했다"며 "다른 학년 학생들도 4월 23일이나 30일 등에 유급 시점이 도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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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대생 집단행동 사태가 대규모 유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학생이 1학기 등록은 마쳤지만,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항의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년을 대거 유급 처리하기로 결정한 고려대를 시작으로 다음주 중 연세대, 아주대 등 다수 의대가 복귀하지 않는 학생을 유급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고려대 의대에 따르면, 의대 학장 주재로 열린 교육사정위원회는 전날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본과 3학년 70여명, 본과 4학년 40여명에 대해 기존 원칙대로 유급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학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 이후 첫 집단 유급이다. 유급된 학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또한 실습수업 위주인 본과 3·4학년의 경우 1학기 유급이 되면 2학기 수업도 듣기 어려워 1년 동안 쉬어야 한다.

유급 결정이 내려진 고려대 의대 본과 3·4학년은 임상 실습 등에 출석하지 않아 유급 처분을 받게 됐다. 대다수 의대는 전체 수업 일수의 4분의 1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유급 처분한다. 고려대는 수업 일수 3분의 1 이상 불출석할 경우 유급 결정을 내린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은 한겨레에 “2주짜리 임상 실습을 참석하지 않아 원칙대로 유급 결정이 불가피했다”며 “다른 학년 학생들도 4월 23일이나 30일 등에 유급 시점이 도래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오는 14일 회의를 연 뒤 학생들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낼 예정이다.

다른 대학들도 고학년 위주로 대규모 유급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연세대 의대는 지난 7일 본과 4학년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냈고, 15일 유급 대상자를 확정한다. 아주대, 전남대 의대 등도 다음주 본과 4학년의 유급을 결정하는 등 많은 의대가 다음주 중 유급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되면서 교육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3월 말까지 의대생이 전원 복귀한다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생들은 제적을 피하기 위해 ‘미등록 휴학’ 방침을 뒤집고 1학기 등록에 나섰지만,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의대 증원 등을 강력히 추진해오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최근 전공의와 의대생 사이에서는 투쟁을 계속할 경우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강경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각 대학의 모집인원은 일정상 이달 말까지는 확정돼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교육부는 실제 수업에 참여해야 복귀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대 학장 등 의료계는 우선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수업 복귀를 하려는 의대생들을 방해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 의대 재학생들은 최근 투쟁 지속 의사 투표를 진행해, 투쟁 방향을 수강 신청 보류에서 수강 신청 거부로 바꿨다. 경희대 의대는 지난 9일 누리집에 올린 공지글에서 “최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수업 거부를 종용하는 메시지를 발송한 건이 교육부에 민원으로 접수됐다”며 “학장이 직접 담당 학생에게 엄중히 경고할 것이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수업 참여를 방해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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