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만 외치는 노조...그 사이 공장도 지역경제도 멈췄다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5. 4. 1. 19: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일 오전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

현대제철 관계자는 "만들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철근 산업은 몇 주 단위로 생산 계획이 바뀔 수 있어 5월 이후 가동을 재개할지는 지금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인천 철근공장 셧다운 외에도 지난해 포항 2공장 운영을 축소하는 등 국내 생산설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사이래 첫 셧다운 현대제철 인천공장 가보니
강성노조·수요감소·비용급증
3중고가 한국서 기업 쫓아내
노동자 400여 명 강제 휴무
“언제 재가동될지 몰라 막막”
주변식당 텅, 지역상권 냉기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1일 인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 모습. 현대제철은 4월 한 달 동안 철근공장 생산을 멈춘 뒤, 국내 철근 재고가 감소하는 등 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화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철근공장의 전체 생산라인을 전면적으로 멈춰 세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2025.04.01 [이충우 기자]
1일 오전 현대제철 인천 철근공장. 창사 이래 첫 전면 셧다운에 돌입한 이곳의 넓은 공장 용지에 직원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황량했다. 공장 입구는 철저히 통제됐다. 텅 빈 공장엔 ‘단결’ ‘투쟁’을 독려하는 노조의 노랫소리만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대제철 철근 생산직 노동자 400여 명은 이날부터 강제 휴무에 돌입했다. 4조 2교대로 일하는 이들은 회사로부터 월평균 임금의 70%를 받는 조건으로 이날 오전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직원은 “공장을 한 달간 셧다운한다는 걸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회사에서 내린 결정이라 따르긴 하지만 언제 다시 가동된다는 이야기가 없어 불안함에 한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일단 4월 한 달간 셧다운되는 철근공장이 다시 문을 여는 시기는 미지수다. 국내 철근 수요가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1일 인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4.1 [이충우 기자]
지난해 철근 수요는 798만t으로 전년도 대비 20% 이상 급감했다. 업계가 전망한 올해 철근 수요는 약 600만t으로 국내 총생산량(약 1300만t)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철근 가격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t당 6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와중에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3년간 70% 가까이 올랐다. 국내 전기 소비량 3위(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 수준인 현대제철의 원가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만들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에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철근 산업은 몇 주 단위로 생산 계획이 바뀔 수 있어 5월 이후 가동을 재개할지는 지금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인천 철근공장 셧다운 외에도 지난해 포항 2공장 운영을 축소하는 등 국내 생산설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만 50세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도 줄이는 추세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전면 셧다운이 시작된 1일 인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4.1 [이충우 기자]
대기업의 위기에 지역 산업 생태계도 휘청이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주변 상가엔 평소라면 직원들로 붐볐을 식당들이 텅 비어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업황을 생각하면 현대제철 사정도 이해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선 IMF 때보다도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수요 급감, 비용 급등, 노사 갈등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현대제철은 이제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자동차 강판 생산에 특화된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약 8조5000억원(58억달러)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25%)를 피하는 것은 물론, 물류비·전기세 등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산업용 전기료가 40%가량 저렴한 데다 루이지애나주는 미국에서도 전기료가 가장 낮은 지역에 속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미국행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기보다는 노사 갈등과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한 ‘준비된 결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철강업은 10만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하는 기간산업인데 심각한 산업 공동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