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말아야 할 건 처음부터 안 먹는 게 중요하다

문수아 2025. 4. 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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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다, 사랑하다. 도심 속 생태유아교육 실천기 ⑦]

[문수아 기자]

잘 먹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비싼 음식을 먹고 좋은 고기를 먹고 풍족하게 먹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와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고, 내 몸에 이롭고 필요한 만큼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씀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의 지금 먹는 것과 먹는 행위는 평생의 몸을 만들고 유지하게 된다.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라는 말을 이때 사용하고 싶다. 기관에서의 급식이 신중해야 하는 큰 이유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안 먹기로 하자

먹는 것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아이들의 성장과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열량, 고단백의 가공식품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음식을 자주 섭취한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고, 감정 조절이 어렵고, 참을성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소화기 질환과 아토피가 증가하고 있으며, 치과를 자주 찾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병든 먹을거리와 불균형한 식습관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은 처음부터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자와 어린이용 음료수의 유해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만약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안병수의 <과자, 달콤한 유혹> 시리즈를 읽어 보길 권한다. 그 외 음식 첨가물과 과자의 문제를 다룬 책들이 많으니,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식단만 바꿔도 아이들의 건강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와 사례가 많다. 조금만 신경 써도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일반 과자, 착색 음료수, 즉석식품, 조미료, 수입식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 참기름은 예외다. 조리사 선생님께서 비싼 국산 참기름을 사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아껴 쓰게 되다 보니, 결국 운영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중국산 참기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명태와 같은 일부 수산물은 수입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걀은 유정란을, 두부는 유기농 매장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식재료는 할 수 있는 한 국산, 지역, 제철 식품을 원칙으로 한다. 지역·유기농 업체인 '착한 살림'이 큰 조력자이다.

과거 달걀 파동이 있었을 때도 우리는 여전히 안전한 달걀을 사용할 수 있었고, 김의 방사능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도 우리는 믿고 먹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를 선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모든 급식을 유기농으로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가능한 건강한 재료를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잘 먹는 편이다. 편식이 심한 아이들도 몇 년을 다니다 보면 조금씩 나아진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별도의 대체식으로 영양사 선생님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먹는 양도 많은 편이어서 쌀도 빨리 떨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 체격이 약간 작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의 아이들과 한 공간에 있을 때 줄을 서서 지나가는데 우리 아이들만 조금씩 작았다. 키도 조금 작고 체격도 작고 피부도 대체로 까만 것이 마치 맛있어 보이는 보드랍고 흰 식빵과 거친 통밀빵이 한자리 있는 것 같았다.

몇 년이 지나도록 지켜봐도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누군가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 준다면 좋겠지만, 내 느낌이다. 우리 어린이집과 같은 활동을 하는 원장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졸업해서 학교 간 아이들이 찾아오면 키도 잘 자라 있고 다른 아이들과 비슷해져 있다. 골고루 먹고 몸을 많이 움직이며 잘 놀아서 웃자랄 틈이 없으니 때가 되어 차곡차곡 성장한 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원의 급식 관리는 영양사가 맡고 있다. 10년을 넘게 일하던 영양사는 처음 왔을 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병원과 보건소에서 일했던 경력 때문인지, 육류를 줄이고 두부·콩 위주의 단백질 식단을 도입하는 데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제대로 먹고 제대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조금씩 변했다. 본인이 더 열심히 실천할 정도였다. 저탄소 식단을 시도하며 '고기 없는 날'을 만들었다. 단조로움을 극복하려고 이것저것 모험을 시도해서 카레에 브로콜리를 넣는 만행(나는 사실 카레도 브로콜리도 싫다)을 저지르며 난데없는 식자재들의 '콜라보'를 시도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하였다.

집에서 준비해 온 나들이 도시락에 채소는 없고 즉석식품이 너무 많다는 교사들의 걱정에 건강한 도시락 조리법을 알림장에 직접 올리기도 하며 아이들과 부모 대상으로 꾸준히 영양 교육, 편식 예방 교육을 하였다. 단점이 있다면 본분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정해진 급식비의 한계를 자주 넘어선다는 것이었다. 지금 맡고 있는 후임 영양사에게도 너무 잘 전수하여 급식관리도 잘 하고 급식비도 여전히 자주 넘어서고 있다.
▲ 짜장밥 물오름 점심시간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건강한 먹거리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우리 기관은 사립이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지만 그것은 보육료일 뿐이고 실질적인 급식비 지원은 거의 없다. 유치원처럼 급식비가 지원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부담이다. 우리 원의 경우 지금까지는 규모가 있어 소규모 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에서 모든 것을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급식비가 지원되는 유치원도 따지고 보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잘 해보려는 과잉 열정이 아니었나 약간의 후회도 하고 있다. 한우 국거리를 살 때면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이라도 호주산 소고기를 사오고 싶지만 약속에 발이 묶여 여전히 손을 떨고 있다.

하지만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있다. 건강한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식자재 업체를 비교하고 분석하며 애쓰고 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움사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그 덕분에 가장 가까이 지켜보는 부모와 교직원들의 신뢰를 끌어내는 큰 역할을 하였으니 충분히 가치가 있다.

만약 생태어린이집을 꿈꾸는 원장님이 있다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려 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부터 설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이다. 가공식품이나 첨가물이 많은 음식의 사용을 줄이고, 계절에 맞는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부터 실천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나씩 실천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가면, 점차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과 친숙해진다.

건강한 먹거리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오늘 아이에게 주는 한 끼가 그들의 몸과 마음을 바꾼다.
▲ 식단 움사랑생태어린이집 2025년 4월 식단 (김희진 영양사)
ⓒ 움사랑생태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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