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 안되면 재건축… 서울 구축 집값 年 3.7% 뛰었다

이강진 2025. 3.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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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4년 아파트 거래 분석 결과
공급 부족 우려·커뮤니티 선호 여전
10년 이하 매매가격 연평균 9.1%↑
진입장벽 높아지자 ‘30년 초과’도 인기
규제 불확실성·추가 분담금 등 변수 속
“당분간 신축과 연동…가격 오름세 전망”

꾸준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선호 현상에 서울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새 아파트 가격 급상승과 한정적인 공급 등 신축 매수 ‘진입 장벽’을 맞닥뜨린 이들이 점차 재건축이 기대되는 구축 단지(재건축 단지)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다만 사업 지연 가능성, 추가 분담금 문제 등 재건축 단지에 대한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도 여전한 만큼, 재건축 아파트 시장 내에서도 당분간 입지·사업성 등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축 단지 매매 비중 점차 증가

30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2021∼2024년 서울 아파트 연식별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연평균 9.1% 상승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서 시민이 부동산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어 정비사업 건축 연한에 해당하는 30년 초과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연평균 3.7%로 집계됐다. 준공 10년 초과 30년 이하 아파트의 가격은 연평균 3.5% 올라 30년이 넘은 구축보다 오름폭이 작았다.

신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인 데는 향후 서울의 공급 부족 우려와 특화 커뮤니티 선호, 주거 편의성 중시 분위기 등이 겹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축 집값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새 아파트 진입에 한계를 느낀 이들이 차츰 늘어나면서 거래는 10년 초과 구축 단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 분석을 보면 10년 이하 아파트가 전체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2.3%에서 2022년 35.2%로 뛰었다가 2023년 27.3%, 지난해 23.9%에 이어 올해 1∼2월 기준 19.9%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지은 지 10년이 초과한 아파트의 매매 비중은 2022년(64.8%)부터 올해 1∼2월(80.1%)까지 점차 증가했다. 30년 초과 단지 매매 비중의 경우 2022년 14.6%에서 올해 1∼2월 21.7%로 상승했다.

부동산R114는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으로 신축 매입 시 높은 현금 보유력이 요구되자 구축 단지로 수요가 점차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 6월부터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5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등 분양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새 아파트에 대한 진입 장벽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단지에 우호적 환경 형성”

서울 신축 아파트의 높아진 문턱에 시장에서는 재건축을 기다리는 구축 단지들이 다시 빛을 발하게 될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얼죽신 현상 속 재건축 단지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과 실제 재건축 완료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문제 등으로 시장의 중심에서 다소 비켜나가 있었는데,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지 않고는 신규 공급이 어렵다는 점과 최근 공사비 상승세가 다소 둔화한 점, 정부가 재건축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법안 등을 추진하는 점 등이 재건축 아파트를 둘러싼 우호적 환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불투명한 법 통과 가능성과 이미 높은 공사비에 따른 추가 분담금 문제 등은 아직 수요자들에게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분간 사업성이 담보되는 재건축 단지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얼죽신 선호가 계속되지만 공급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입지가 우수한 재건축 아파트, 신축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큰 단지 위주로 자연스레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당분간 신축과 연동되며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원은 “큰 트렌드적으로 ‘공급 물량’이라는 하나의 토픽과 ‘도시 기능 개선’이라는 또 하나의 토픽으로 인해 재건축에 대한 우호적 환경은 지속할 것 같다”며 “다만 계속해서 우호적 환경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준다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동향 등을 같이 살펴보면서 속도 완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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