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확산 시속 8.2㎞ ‘역대 최고’…사람 뛰는 것보다 빨랐다
“와, 간만의 비다!”
엿새째 이어진 산불로 고통받고 있는 경북 지역에 27일 화재 사태 이후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저녁 6시를 넘어서 내리는 비에 경북 의성군 철파리의 현장통합지휘본부에 있던 산림청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다만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 7시쯤 강수량을 2㎜로 예보했다. 이처럼 비가 잠시 내리다 그치는 등 오락가락하고 건조한 대기와 강풍이 여전해 산불 진화작업은 이날도 고전했다.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됐던 산불감시원이 숨진 상태로 발견되는 등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27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한 자동차에서 산불감시원 A씨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 25일 영덕 산불 진화 현장에서 귀가하다가 도로에서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진화작업 후 돌아가던 중 차가 도로에서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에선 법성사가 화마로 무너져내린 가운데, 불에 탄 사찰 건물 안에서 주지 선정 스님(85)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지난 25일 마을로 날아든 불씨에 법성사는 순식간에 불에 휩싸였고, 다음 날 소방대원들이 이미 숨을 거둔 선정 스님을 발견했다.
이로써 의성 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7일 오후 6시 기준 28명으로 늘었다. 경북 지역에서 24명, 경남 지역에서 4명이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60명이다.
산불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한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많은 면적을 태웠다. 전국 10곳에서 발생한 산불이 유발한 피해 면적은 3만6009㏊로, 2000년 동해안 산불(1만7508㏊)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불이 꺼진 후 최종 피해를 집계해야 하지만, 현재 기준 이미 산림 피해가 최대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불 확산 속도도 기록적이다. 산림청이 미국 위성에 탑재된 가시 적외선 이미지 센서로 열 탐지 분석을 한 결과, 이번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시간당 평균 8.2㎞ 속도로 확산했다. 산림당국은 시속 8.2㎞의 산불 확산 속도를 ‘사람이 달리는 것보다도 빠르다’고 표현했다.
강한 풍속 때문에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과 12시간 만에 안동에서 영덕까지 51㎞를 이동했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장은 “산림청 분석 이래 역대 가장 빠른 속도”라며 “청송을 넘어 영덕까지 퍼질 줄은 미처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동해안에 다다른 산불은 방향을 틀어 확산하고 있다. 의성 북동쪽인 경북 안동 시내 방향으로 다시 불길이 향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북 무주군 부남면에도 산불이 발생했다.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산으로 옮겨붙으면서 확산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저온창고 전기 누전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함박산에서 26일 발생한 산불은 12시간30분 만에 진화됐다. 이날 산림 당국은 지리산으로 번진 경남 산청군 산불이 천왕봉에서 4.5㎞ 지점까지 접근한 것으로 보고, 150~200m 길이 방화선을 구축해 대비 중이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행정안전부는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산청군, 24일 울주·의성·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영덕·의성=이은지·백경서·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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