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만 믿다 피 본다, 삼성 4년째 꼴찌 위기

박린 2025. 3. 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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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명가 서울 삼성이 4시즌 연속 꼴찌 위기에 내몰렸다. 경기 도중 치열하게 볼 다툼하는 삼성 빅맨 코피 코번. [사진 KBL]

‘명가’는 오간 데 없고 ‘동네북’만 보인다. 프로농구 최초로 4시즌 연속 최하위 위기에 놓인 서울 삼성 얘기다. 삼성은 지난 26일 창원 LG에 69-92로 크게 지면서 15승33패가 됐다. 8위 부산 KCC, 9위 고양 소노와 게임 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3연패 등을 고려하면 최하위(10개 팀 중 10위)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

1978년 창단해 국내 프로농구팀 중 역사가 가장 긴 삼성이 별처럼 빛나던 때가 있었다. 80~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전자 슈터’로 불린 고 김현준이 활약하던 삼성(당시 삼성전자)은 기아자동차·현대전자와 ‘빅3’로 꼽혔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고 삼성 썬더스로 팀 명을 바꾼 뒤에도 두 차례(2001, 2006) 우승했다. 문경은·이상민·서장훈 등 스타들이 영광의 시대를 함께했다.

1989년 삼성전자 김현준(왼쪽)이 기아산업 허재의 마크를 뚫고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암흑기에 들어간 건 2017년부터다. 최근 8시즌 연속으로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규리그가 54경기인데, 지난 3시즌 연속으로 40패 이상을 기록했다. 부진한 성적은 팬의 외면(24일 홈 경기 관중 957명)으로 이어졌다.

김경진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일본에서 뛰다가 원소속팀 한국가스공사를 건너뛰는 논란을 일으킨 베테랑 가드 이대성(35)을 보수총액 6억원에 영입했다. 무리해서 데려왔는데, 개막 전에 무릎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올 시즌 삼성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29억원) 소진율은 91%. 정규리그 2위 창원 LG(79.48%)보다도 돈을 더 썼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뻔한 농구”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삼성은 키 2m10㎝·몸무게 150㎏의 정통 센터 코피 코번(자메이카)의 골밑 플레이에 주로 의존한다. 나머지 9개 팀은 코번을 약점으로 보고 파고든다. 추승균 해설위원은 “코번은 외곽슛도 쏘고 빨리 달리는 요즘 센터 트렌드와 잘 안 맞는다. 화도 많이 내고, 이원석(키 2m6㎝)과 포지션이 겹치는데 교통정리가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팀 평균 득점(73.8점)은 최하위, 턴오버(13.2개)는 최다다. 삼성이 신인 1순위로 뽑은 차민석(23)도 발전이 더디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김효범 감독. [사진 KBL]

올 시즌 캐나다 교포 김효범(41·영어명 브라이언 김) 감독이 삼성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경험 부족으로 승부처나 시소게임에서 맥을 못 춘다. 김태술(40) 감독의 소노도 9위다. 그러다 보니 “젊은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하고 끌려가다 보니 팀이 산으로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스포츠에서 삼성의 상징색 ‘블루’는 한때 공포, 그 자체였는데, 최근 그런 분위기가 옅어졌다. 2년 전 프로축구 K리그2(2부)로 강등당한 수원 삼성(블루윙스)은 11위(1승1무2패)이고, 프로배구 삼성화재(블루팡스)는 7시즌 연속으로 ‘봄 배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4년째 꼴찌 위기인 서울 삼성. [사진 KBL]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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