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계속 부는데, 오늘 영남 비 5㎜뿐

간절하게 기다렸던 비가 27일 전국에 내린다. 하지만 산불이 심각한 지역에는 강수량이 많지 않고 비가 내리는 시간도 짧아 불길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밤부터 제주에서 시작된 비는 2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5~20㎜로 많지 않다.

대형 산불 3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영남에는 더 적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 경남 내륙은 5~10㎜, 경북(서부 내륙 제외)은 5㎜ 미만의 비가 예상된다. 여기에 돌풍까지 불면 마치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비가 흩날려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다만 비가 내리면 습도가 오르고 고온 추세가 꺾이기 때문에 27일이 괴물 산불을 막을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그래도 진화대원들이 출입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지고, 비가 올 때 헬기가 물을 뿌리게 되면 진화 효율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27일 비가 그치고 나면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는 점이다.

바람도 변수다. 앞서 안동에는 초속 26.7m에 이르는 중형 태풍 수준의 서풍이 불어 불길이 삽시간에 경북 동해안까지 번졌다. 김성근 산림청 대변인은 “내륙인 의성에 바닷바람 같은 강풍이 불고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에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비가 오고 나면 남풍 대신 찬 북동풍이 불기 때문에 이번에 불을 못 끄면 산불이 인구가 많은 남쪽으로 내려와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권필·정은혜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