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물 식품, 흰쌀밥·흰빵보다 정말 더 건강할까?

박해식 기자 2025. 3. 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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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통곡물은 건강한 식품으로 통한다. 질병관리청은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통곡물, 채소, 콩, 생선 섭취를 권장한다.

통곡물이 건강하다는 믿음은 전 세계적이다.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에는 전체 곡물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통곡물로 할 것을 제안한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공공 보건의료 담당 기관)는 전체 음식 섭취량의 3분의 1을 탄수화물로 하되 고섬유질 또는 통곡물 종류로 선택할 것을 권장한다.

현미, 귀리, 퀴노아와 같은 통곡물은 백미, 흰 밀가루, 옥수수 전분과 같은 정제곡물의 대척점에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가디언이 ‘통곡물 식품은 정말 더 건강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흰쌀, 흰빵, 파스타와 같은 정제곡물로 만든 식품보다 더 우수한지 따져봤다.

통곡물과 정제곡물의 차이

곡물은 식용으로 재배한 풀의 열매다. 벼, 보리, 밀, 귀리 등 무수히 많다. 곡물의 알갱이는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뤄졌다. 껍질(겨), 배유(전분 층), 배아(씨눈)다. 통곡물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정제곡물은 바깥 껍질과 배아를 제거하고 전분 층만 남긴 것이다. 곡물에서 배아와 겨를 제거하면 상당한 양의 섬유질,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함께 사라진다.

통곡물은 확실히 건강상 이점이 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통곡물은 콜레스테롤 수치, 체중,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장병과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정제곡물은 대부분 전분과 단백질로 이뤄졌다. 전분은 포도당으로부터 구성되는 다당류다. 체내에서 쉽게 포도당으로 전환 돼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 또한 흰 밀가루와 같은 정제곡물은 추가 가공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대개 설탕과 포화지방, 나트륨이 보태진다.

그래서 정제곡물로 된 식품을 주로 섭취하면 섬유질과 같은 필수 영양소 부족으로 장 건강 악화, 혈당 급등, 염증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렇다면 흰 쌀밥, 빵, 파스타를 멀리해야 할까?

쌀밥은 한국과 일본인의 주식이다.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바게트는 프랑스인의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다.

이 나라들은 전반적인 건강 지표가 좋은 나라에 속한다. 서구식 식문화를 가진 국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는 정제곡물이 이 나라들의 식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식탁을 예로 들면 쌀밥과 함께 각종 채소, 생선, 육류로 만든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이러한 정제곡물은 초가공 식품이 적고, 더욱 균형 잡힌 식사와 더 많은 신체활동을 포함하는 생활방식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에서 큰 건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웩스너 의료 센터의 공인 영양사 데니 챔피언(Dena Champion)이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통곡물이 훌륭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껍질을 벗겨내는 정제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잃는다 하더라도 과일과 채소에서 해당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특정 단일식품의 효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식단은 전반적인 건강의 한 구성요소일 뿐이다.

“음식을 먹을 수 없거나, 잠을 잘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없거나,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지원 시스템이 없다면 원하는 만큼 통곡물을 먹어도 그 이점을 얻을 수 없다. 다른 결정 요인들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공인 영양사 말라크 새디가 말했다.

통곡물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통곡물을 먹으니 너보다 낫다’는 일종의 엘리트 의식이 생기게 된다”라고 새디가 지적했다. 그녀는 이러한 태도가 일부 음식을 좋다고 여기고 다른 음식을 나쁘다고 여기는 역학을 만들어내며, 이는 식이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흰 쌀밥이나 흰 토르티야를 먹는 것보다 우리의 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건강과 생활방식보다 특정 음식과 영양소에 너무 집중하면 흰 빵 한 조각을 먹는 것보다 더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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