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급 강풍 타고 순식간에…사망자 대부분 노인들 [역대 최악의 산불]
산불 연기로 가시거리 확보 힘들어
대피소 방향 아닌 곳 차 몰고가기도
전문가 “대피령 적시에 내려졌어야”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오전 11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8명. 대부분이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도로 번지는 산불에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신속한 대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영양군 석보면의 한 도로에서는 불에 탄 5~60대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이장 내외가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50∼60대인 삼의리 이장 내외는 60대인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주민들과 행정기관 관계자는 이장이 다른 주민도 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청송군에서는 7~80대 노인 2명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이 추가로 확인됐다. 아울러 가족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청송군의 70대 여성도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이 가장 먼저 번진 안동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임하면과 임동면 주택 마당에서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50대 여성의 남편도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덕군 매정리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 3명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들은 한 요양시설 입소자들로 차를 타고 대피하던 도중 차량이 폭발해 숨졌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모두 80대로 시설 직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확산하는 화염으로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차에는 6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새벽에도 산불은 급속도로 번지면서 영덕군 경정3리항, 석리항, 축산항 등 3곳에서 주민 104명이 고립됐다가 해경과 민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전문가들은 노인층을 중심으로 사망자 대부분을 차지한 이유로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 상당수가 고령층이 많은 농촌 지역인 점, 고령인 탓에 대피 문자를 받더라도 신속 대처가 불가능했던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산불 대피령이 적시에 내려지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근 도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당국은 사전에 순차적 대피보다 한꺼번에 대피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피난 행렬이 길어지며 혼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산불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피해 우려를 호소했다. 경북 영덕 강구면 오포리에 거주하는 장성용(72) 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우리 동네까지는 아직 불이 넘어오지는 않았는데, 산불로 인한 연기와 냄새는 계속 났다”며 “하늘이 전부 다 연기로 가득 차서 해가 안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장씨는 “여기에서 8km 정도 떨어진 동네는 아주 산불로 초토화 돼버려서 난리”라며 “우리 동네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바람이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이쪽에서 불었다가 저쪽에서 불었다가 하니까 걱정되는데, 어젯밤엔 정전까지 됐다. 새벽 3시께 정상적으로 전기가 들어왔는데 밤잠을 설쳤다”고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몸이 약한 탓에 산불 연기로 인해 가시거리도 짧고, 대피 과정에서 넘어질 우려도 높다”며 “가뜩이나 순차적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고령층이 대응하기가 더욱 취약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방 측면에서 볼 때 위험성이 높은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대피하도록 방송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당국은 추가적인 인명 피해를 조사 중이다.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대형 산불은 총 6개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산불영향구역은 1만7534ha(헥타르)다. 인명 피해 현황은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총 37명이며 사망자는 경북과 경남에서 총 18명, 중경상자 19명이다. 이용경·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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