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외국인 돌아오나… 최근 2조 넘게 순매수
17일 6200억원, 18일 4400억원, 19일 3000억원, 20일 5500억원, 21일 8500억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한 금액이다.
한동안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달 17~21일 닷새 연속 순매수에, 금액도 2조7730억원어치로 올 들어 최대다. 이들은 시가총액 상위주, 특히 반도체와 방산 업종을 골라 담기 시작했다.
◇집 나갔던 외국인이 달라졌나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7개월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아왔다. 성장률이 둔화하는 등 거시경제 전망이 어두운 데다,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싸움에서 맥을 못 춰 투자 매력을 잃어갔다. 특히 11월 이후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수출 한국이 무역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까지 겹쳤다. 작년 8월부터 올 2월 말까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27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5일 연속 순매수는 연초(1월 3~9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인 데다, 그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 21일 하루 순매수 규모는 작년 8월 중순 이후 처음이기도 했다.
최근 외국인들의 투자 바구니 속에는 삼성전자(1조9384억원), SK하이닉스(4009억원) 등 반도체 톱2 종목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65억원), HD현대중공업(555억원), 한화오션(455억원), HD한국조선해양(404억원) 등 주요 방산주, 그리고 현대차(1491억원)와 현대모비스(811억원), 기아(563억원) 같은 자동차 종목도 담겼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 초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반도체, 방산, 조선 등 기존 주력 업종 간 순환매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시장 상대적 매력 있나
다만, 외국인 순매수세가 계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막대한 돈을 풀기 시작한 유럽, 테크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등 매력적인 투자처가 널렸기 때문이다. 올 들어 홍콩 항셍(17%), 오스트리아 ASX(17.3%), 독일 DAX(14.8%), 이탈리아 FTSEMIB(14.0%), 프랑스 CAC40(8.7%) 등 중화권과 유럽 주가지수는 뚜렷한 상승세다. 한국 코스피도 연초 이후 9%대 상승률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개인과 외국인의 순매도 속에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세에 힘입은 결과다.
유럽과 중국 등지로 글로벌 투자금이 몰려가는 와중에 한국 시장까지 외국인들의 관심이 닿을지 시장 전문가들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5일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소폭 순매도로 돌아서며 연속 순매수 기록을 일단 멈췄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직 걷히지 않았고, 미국의 관세 정책도 확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확신을 갖고 투자금을 더 배분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들 귀환할 것”
그러나 이달 말 재개되는 공매도는 외국인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23년 11월부터 역대 최장 기간 공매도가 금지되는 바람에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롱숏(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하는 전략)·페어트레이딩(동일 산업의 두 종목을 짝을 지어 하나는 매수, 다른 하나는 매도)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간 투자 기법이 제한돼 어쩔 수 없이 한국을 외면했던 외국인들이라도 최소한 돌아올 조건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기대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40%에 육박했던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보유율은 공매도 금지 속에 최근 31%까지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가 추세적인 상승 또는 하락을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지만, 앞서 공매도 금지 후 재개됐던 2009년 6월과 2011년 11월에 외국인 대량 매수가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강한 상승 동력을 얻었던 건 사실”이라며 “밸류에이션 수준과 함께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증시의 상승 폭과 강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임엔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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