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매몰' 30대 남성 사망…'지하철 터널 굴착' 여파 인재였나[영상]
싱크홀 인근 주유소, 사고 전 수차례 '바닥 균열' 민원
서울시 "계측 결과 이상 없었다…정밀조사 시행 예정"
"공사와 사고 연관성 배제 안 해"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로 매몰됐던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에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됐다.
싱크홀 발생처 지하에서는 서울 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사고 전 이달 초부터 근처 주유소에서는 바닥 갈라짐 등의 이상 현상을 호소하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민원과 관련해 서울시는 계측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위험 상황을 제 때 포착하지 못한 '인재(人災)'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동소방서 김창섭 소방행정과장은 25일 오후 싱크홀 현장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매몰된 30대 남성이 오늘 오전 11시 22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며 "사고 직후 17시간 가까운 사투 끝에 더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숨진 박모(33)씨는 사고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도로가 갑자기 꺼지면서 매몰된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을 몰고 현장을 지나던 또 다른 운전자 허모(48)씨는 가까스로 추락을 피했고, 현재 경상을 입고 회복 중이다.
해당 싱크홀은 전날 오후 6시 29분쯤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지름과 깊이 각각 20m, 차로 4개 정도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멍이 뚫린 도로 밑에서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구간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이재혁 도시철도토목부장은 "사고 지점과 (터널 굴착 지점은) 거의 일치한다"며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터널 상부만 굴착하고 있는 단계였다"고 밝혔다. 이어 "터널을 굴착할 때는 단면 전체를 한 번에 파는 것이 아니라 상단을 먼저 굴착하고 이후 하단을 굴착하는데, 저 지점은 상반 굴착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지점 지반에 대해서는 "해당 위치는 풍화토 지반"이라며 "풍화암이 일부 인접 지역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사고 지점은 토사, 즉 흙으로 구성된 풍화토 지역으로 알고 있었고, 그에 맞춰 설계 단계에서 그라우팅 등 지반 보강 공법을 적용해 시공했다"고 밝혔다. 그라우팅이란 지반의 지지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작업을 의미한다. 이 부장은 풍화토에 대해서는 "암반이 풍화돼서 퇴적된 토사, 일반적으로 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에 인접한 주유소에서는 이달 초부터 바닥 균열 관련 민원을 서울시에 제기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 3월 6일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지하철 9호선 감리단과 시공사를 통해 두 차례 현장 점검을 진행한 결과 "주변 지반 침하는 없었다"고 설명자료를 통해 밝혔다.
서울시는 또 "9호선 공사 현장과 인접했다는 점에서 3월 14일 민원인과 협의해 주유소 내 계측기 2개소를 추가 설치하고 주기적 검측을 시행했다"며 "사고 당일까지 계측 결과는 이상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주유소 측 민원이 이어졌는데,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원인 파악을 위해 연도변 조사를 추가 실시했고, 추후 분석 결과에 따라 필요시 주유소 탱크 안전조사 또는 정밀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연도변 조사는 공사 중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공사 현장 인접 건축물의 균열·누수 현황 등을 조사하는 절차다.
특히 사고 당일인 전날 오전에도 주유소 운영자는 '주변 배수로(빗물받이) 파손'을 이유로 강동구청에 민원을 접수했다. 구청은 "오후 3시에 현장조사 후 빗물받이 구체 파손을 확인해 보수공사를 완료했고, 해당 부분은 사고 이후 현재까지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도 "연도변 조사 결과를 빨리 알려 달라"는 민원이 유선으로 접수됐다.
결국 현장 점검, 계측 결과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게 서울시 해명이지만, 사고 전조 현상을 적시에 포착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 아니냐는 물음표는 남아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싱크홀과) 지하철 공사와의 연관성을 100% 배제하고 있진 않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종합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 협동 조사체를 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싱크홀 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이 있는지 들여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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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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