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없었던 산불 진화 공무원, 나뭇가지에 정수리 맞아 봉합수술

주성미 기자 2025. 3. 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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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던 공무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보호장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홍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장은 "산불현장에 공무원을 투입할 때는 안전하게 작업이 이뤄지도록 철저하게 계획해야 하는데, 안전모도 없이 투입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현장에서 다치는 많은 공무원들이 공상 처리를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 많은데, 산불 진화를 마무리한 뒤 공무원에 대해서도 울산시가 책임있는 태도로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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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일 동원된 울산시청 공무원 500명
안전모 150개 뿐이라 수백명 그대로 작업
“주말이라 장비 즉각 미비…24일 전원 지급”
지난 2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잔불을 끄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울주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던 공무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보호장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울산시 등의 말을 들어보면, 전날 오후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울산시청 공무원 2명이 다쳤다. 오전 11시30분께 산불 진화현장에서 부러진 나뭇가지가 보건환경연구원 지방환경연구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연구관은 정수리가 3㎝가량 찢어져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1시간 뒤인 낮 12시30분께 산불 현장에 투입된 시청 지방행정주사보도 떨어진 나뭇가지에 머리를 맞았다. 행정주사보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시는 전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현장인데, 울산시는 이들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시는 평소 시청사 창고에 산불진화 물품을 보관한다. 바닥을 헤집으며 잔불을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갈퀴와 방호마스크의 수량은 넉넉했지만, 안전모는 150개뿐이었다.

시 관계자는 “재난대비 인력이 150명이라, 그 인원 수에 맞춰 물량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현장에 동원된 시청 공무원은 500명이다. 준비된 안전모의 3배를 훌쩍 넘는 인원이 투입된 셈이다. 수백명의 공무원들이 지난 22일과 23일 안전모도 없이 진화작업을 벌여야 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24일 새벽에서야 울산시는 안전모 720개를 확보해 시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개당 1만원 상당의 물품이다.

시 관계자는 “산불이 주말에 난 탓에 부족한 안전장비를 즉각 갖추지 못했다”며 “24일에는 모든 직원들에게 안전모를 지급해 현장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잔불을 끄고 있다. 울산시 제공

정재홍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장은 “산불현장에 공무원을 투입할 때는 안전하게 작업이 이뤄지도록 철저하게 계획해야 하는데, 안전모도 없이 투입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현장에서 다치는 많은 공무원들이 공상 처리를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 많은데, 산불 진화를 마무리한 뒤 공무원에 대해서도 울산시가 책임있는 태도로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는 이날 이른 아침 울산시에 산불진화 과정에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입 현장을 제한하고, 방화복, 안전화, 안전모 등 안전장구 착용을 확인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울산시에 보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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