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잔 커피 끊은 女...두통생겨 카페인 금단 탓인 줄 알았는데, 뇌종양?

정은지 2025. 3. 2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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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을 끊은 뒤 찾아온 두통과 시야 흐림...완치 어려운 뇌종양 진단 받은 여성
하루 12잔의 커피를 마시다가 끊기로 결심한 한 여성이 이후 카페인 금단 때문으로 여겼던 증상이 알고 보니 뇌종양이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하루 12잔의 커피를 마시다가 끊기로 결심한 한 여성이 이후 카페인 금단 때문으로 여겼던 증상이 알고 보니 희귀 뇌종양이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하는 37세 여성 아비 펠텀(Abi Feltham)은 최근 희귀하고 공격적인 뇌종양인 '3등급 희소돌기세포종(oligodendroglioma)' 진단을 받고, 의료진으로부터 예상 수명은 약 15년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비는 과거 하루 12잔에 달하는 커피를 마시다가 어느 날 끊기로 작정하고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이후 두통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단순한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시력이 급격히 악화돼 남자친구가 곁에서 길을 안내해야 할 정도가 되자, 뒤늦게 안과를 찾았다. 안과에서의 간단한 스캔 결과, 뇌 속 압력을 나타내는 시신경 부종이 확인됐다. 즉시 신경외과 팀에 연락돼 검사를 받았다.

완치 불가능 3등급 희소돌기세포종 진단...이전에 알코올과 약물중독 벗어난 경험 있어

곧이어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받은 CT 검사에서 뇌 내 종양이 발견됐다. 진단 직후 아비는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수술 직후 시력과 통증이 눈에 띄게 호전됐다. 일시적으로 안도했던 아비는 2주 후, 종양이 악성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의료진은 가능한 많은 종양을 제거하되 신체 마비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두 번째 수술을 진행했고, 아비는 이틀 만에 퇴원했다. 그러면서도 붕대를 감은 채 헬스장에서 운동을 재개했다.

이후 최종적으로 그는 완치가 불가능한 3등급 희소돌기세포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희소돌기세포종은 전체 뇌종양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암이다.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진은 평균적으로 약 15년의 생존 기간을 예상했다.

시한부 판정은 오히려 아비의 삶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사실 아비는 이미 생존을 건 또 다른 싸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 2020년 4월, 그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며 완전한 금주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홍차에 보드카를 타 마실 정도로 의존했다"며, "그때 계속 마셨다면 지금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극단적인 중독과 자해적 삶을 끊어낸 그는 이후 틱톡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까지 아비의 영상은 270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금주 생활, 정신 건강, 삶의 고비들을 유머와 진심을 담아 풀어내는 콘텐츠로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예전엔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삶을 다시 만들었고, 살아갈 이유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브레인 튜머 리서치(Brain Tumour Research)' 단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뇌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구 지원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아비는 "암이 삶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이전에는 자신을 미워하고 도망치기 바빴지만, 지금은 감사하고 긍정적이며 심지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어 "물론 마인드셋을 바꾸기 위해 암에 걸리길 추천하진 않지만 내게는 그것이 확실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주로 30-50대, 남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3등급 예후가 나빠

아비가 앓은 희소돌기세포종(Oligodendroglioma)은 뇌와 척수의 신경교세포 중 하나인 희소돌기아교세포에서 발생하는 드문 유형의 뇌종양이다. 전체 뇌종양의 약 25%를 차지하며, 주로 30~50대에 주로 진단되며, 남성에게 약간 더 흔하게 발생한다. 이 종양은 대개 전두엽에서 시작되며, 두통, 발작, 시야 장애, 언어 및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희소돌기세포종을 저등급(2등급)과 고등급(3등급)으로 나누며, 3등급은 더욱 빠르게 자라고 침습적이어서 예후가 나쁘다. 진단은 MRI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지며, 특히 1p/19q 염색체 공동결실과 IDH 유전자 변이 유무가 예후와 치료 반응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자 지표다. 이 유전적 특징이 있으면 항암치료 및 방사선 치료에 더 잘 반응하고 생존율도 높다.

치료는 수술을 기본으로 하며, 종양이 크거나 고등급일 경우 방사선 및 화학요법(테모졸로마이드 또는 PCV 병합요법)이 병행된다.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치료 후에도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고 일부는 10~15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희소돌기세포종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성 질환으로 간주되며,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영상 검사와 신경학적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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