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서풍 타고 달리는 화마…축구장 1만1천여개 면적 불탔다
충청·호남·영남, 산불경보 '심각'…기상청, 건조특보 확대 가능성
기온 상승·건조한 대기·강풍 겹쳐…동시다발 산불에 진화도 한계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뜨겁고 마른 바람 탓에 불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진화대원들마저 삼켰다.
'서고동저' 지형과 '남고북저' 기압 배치로 형성된 강한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동쪽 지역의 기온을 끌어올리고 대기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화재 피해가 커진 배경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 화재 발생 우려도 크다.
잔인한 봄 서풍에 번지는 화마…"이상기후도 한 몫"
주택 피해도 속출했다. 산청과 경북 의성 등에서 총 90개동이 피해를 입었고, 주민 총 1988명이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불에 탄 산림 규모는 축구장 약 1만 800여개에 해당하는 7778㏊(헥타아르)에 달한다. 지역별 피해 면적은 의성, 산청, 울주, 경남 김해 등 순으로 컸다. 의성에 있는 비지정 문화재이자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 운람사가 전소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 화재 피해가 크게 확산한 주요 이유로는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꼽힌다. 봄철에는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어가며 기온을 끌어올리고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확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대형 산불도 대부분 봄철에 집중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전국에서 연평균 약 546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55.5%가 봄철(3~5월)에 집중됐다. 특히 3월(25.4%)과 4월(20.7%)의 비율이 높았다. 2022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강릉·동해에서 발생해 2만 523㏊의 산림을 불태웠던 대형 화재 시점도 3월이었다.
특히 이번에는 최근 며칠 사이 평년보다 크게 높은 낮 기온이 이런 봄철 기후 특성을 증폭시켜 산불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산림재난환경연구부장은 "이번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은 동시다발적이라는 점"이라며 "하나의 산불이 날아가 여러 개로 번지는 '비화(飛火)' 현상이 두드러졌고, 건조한 기후와 이례적인 고온, 강풍이 맞물리면서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건조한 날씨에 기온까지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아지면, 낙엽이 바싹 말라 불이 쉽게 붙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강한 서풍이 불면 작은 불씨도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로 번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건조특보 확대 가능성"…당분간 비 소식도 없어
이번처럼 한꺼번에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화 자원을 분산시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건조한 날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 화재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산림청 실시간산불정보를 보면 이날 오후 11시 기준 전국 5곳에서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진화율은 산청 70%, 울주 70%, 의성 51%, 김해 70% 등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헬기를 세 군데 대형 산불 현장에 동시 투입하려다 보니 진화 역량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부터 투입된 진화 헬기는 111대에 달한다.
기상청은 같은 날 경북 동해안과 경북권 남부 내륙에 건조경보를 발령하고, 동쪽 지역 전반으로 건조특보를 확대했다. 건조특보가 내려진 지역은 경상권(부산, 남해안 제외)과 강원 동해안·남부 산지, 전북 동부(무주), 충북(영동, 제천, 단양), 제주도 등이다. 이들 지역은 당분간 매우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다.
건조경보와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각각 25%, 35% 이하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실효습도는 최근 며칠간의 기상 조건을 종합해 산출한 지표로, 50% 이하일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기상청은 "건조특보 구역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로선 비 소식이 절실하지만, 단기 예보상 전국에 비가 예보된 시점은 이번주 후반인 27일이다. 기상청은 "27일에는 오후까지 전국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청은 지난 22일부터 충청·호남·영남 지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고, 서울·인천·경기·강원·제주도 지역의 위기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경계' 단계에서는 소속 공무원의 6분의 1, 공익근무요원 3분의 1 이상을 산불 대응에 대비시켜야 한다. '심각' 단계 지역은 공무원의 4분의 1, 공익근무요원 2분의 1 이상을 배치하며, 군부대 사격훈련을 자제하고 입산통제구역 출입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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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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