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엄지 척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퇴원해 바티칸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갔다. 폐렴으로 입원한 지 약 5주 남짓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교황은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 10층 창가에 나타나 신자들 앞에서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란 꽃을 든 여성이 보이는군요. 브라바!(Brava!, 브라보의 여성형)”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황은 휠체어를 이용해 창가에 나타나 양손을 흔들어보였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교황은 약 5초 간 인사를 했고 고개를 숙이는 등 제스처를 취했으나 수척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병원 앞에는 수백 명의 신자가 모여 “비바 일 파파(Viva il Papa, 교황님 만세)”를 외쳤다.
교황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달 9일 삼종기도가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엔 교황청이 지난 16일 공개한 교황의 뒷모습 사진 한 장이 그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였다.
교황은 서서히 기력을 되찾고 있으나 회복과 재활에 최소 두 달이 걸릴 전망이다. 교황은 아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는 고유량 산소치료 부작용이다. 산소 포화도를 높이고 습도와 온도를 올린 공기를 호흡기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폐렴 치료엔 도움이 되지만 성대와 기도가 건조해진다고 한다. 교황은 20대에 늑막염으로 폐 일부를 절제한 적이 있어 상태가 더 위중했다. 퇴원을 한 뒤에도 삼종기도 등은 서면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삼종기도란 아침·낮·저녁에 종을 세 번 칠 때마다 드리는 기도로, 교황은 매주 일요일 바티칸 사도궁 집무실 창을 열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주일 삼종기도를 주례하는 게 관례다.
교황의 의료팀장인 세르조 알피에리 제멜리 병원 외과 과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 두 달의 안정을 권했으며, 대규모 인원을 만나는 일정은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달 초 기관지염 증세를 보여 그달 14일 입원했고,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됐다. 이후 병세는 계속 악화했다. 네 차례 호흡곤란을 겪는 등 수 차례 고비를 맞았다. 알피에리 과장은 “(네 차례 중) 두 번의 호흡곤란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병세가 눈에 띄게 호전됐고, 교황청은 그의 뒷모습 사진을 지난 16일 공개했다. 교황은 입원 기간 중 체중이 다소 줄었다고 한다. 이번 입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12년 동안 최장기다.
교황은 이날 또 육성 대신 서면을 통해 나폴리 대교구 및 다른 교구의 희년 순례단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기도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며 “여러분과 직접 함께 있을 수는 없지만 하느님 안에서 나와 여러분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교황이 앞으로 예정된 공식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는 그의 건강 상태 호전에 달렸다. 교황은 다음달 8일 바티칸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접견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부활절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었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해당 일정의 진행 여부는 추후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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