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 추방’ 제동 걸리자 아예 ‘구금 정보’ 감추기
체포된 후 행방 조회 안 돼
법적 대응 논의할 길 막혀
미등록 이민자를 제3국으로 추방하는 행위에 대해 연방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부 이민자들의 구금 정보를 비공개 처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미등록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등으로 보낸 지 일주일 만에 이민 당국이 체포한 이민자의 구금 정보가 온라인에서 조회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트럼프 행정부는 227년 전 만든 전시법 ‘적성국 국민법’ 권한을 발동하고 베네수엘라를 근거로 몸집을 키운 국제 마약조직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을 엘살바도르 등 외국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전시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민자를 제3국으로 옮기는 정부 추방 행위에 대해 14일간 집행정지를 명령했다.
지난 1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의 아내 나이스 냐우파리 로실라는 그간 온라인 ICE 구금관리 웹사이트를 통해 남편의 행방을 알 수 있었지만, 지난 21일부터 남편의 이름을 입력해도 ‘검색 결과와 일치하는 기록이 0개’라는 안내문이 떴다고 한다.
ICE에 의해 구금된 수십명의 베네수엘라·엘살바도르 남성 이민자들의 가족과 변호사도 며칠 전부터 정부가 이민자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ICE 공무원에게 직접 문의해도 이민자가 수용된 곳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체포된 이민자의 가족과 변호사는 ICE 웹사이트에서 이름과 출신국 등 정보를 입력하면 이민자가 있는 수용시설을 조회할 수 있다. 이들은 이 정보들을 토대로 접견 신청을 한 뒤, 법적 대응을 논의할 수 있다.
이민 분야 전문 변호사들은 미국 정부가 체포된 이민자의 행방을 공개하지 않은 전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세사르 쿠아우테목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오하이오주립대 법학과 교수는 “ICE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 추방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고한 이민자들이 쫓겨났다는 주장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전날 팟캐스트 <신 트루코 니 마냐> 인터뷰에서 소식통과 미국 언론을 통해 추방자 명단을 확보했다며 “단 한 명도 트렌 데 아라과 조직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직이 2023년에 사실상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민자 추방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등록 의심 이민자의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IRS) 자료를 이민 당국에 공유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WP는 이민 당국이 국세청으로부터 미등록 체류 의심자의 세무 정보를 받아내는 데 대한 합의를 이루기 직전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세청 정보 공유를 합법화하기 위해 형사사건 수사 등 특수한 경우에만 국세청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을 남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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