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챔피언 DNA’ 이식한 부산 BNK 웃고, 뺏긴 우리은행 울었다

박효재 기자 2025. 3. 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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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부산 BNK 박혜진(오른쪽)과 박정은 감독이 20일 우승 확정 뒤 트로피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 WKBL 제공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제가 ‘따라오라’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불신이 생길 것 같아서,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발악했다.”

경기 종료 19초 전, 52-54로 뒤진 순간에도 박혜진의 손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3점 라인 밖에서 침착하게 던진 슛이 림을 가르며 경기를 뒤집었다. 2019년 창단한 신생팀 부산 BNK에 ‘챔피언 DNA’를 이식한 순간이었다.

부산 BNK는 20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우리은행을 55-54로 꺾고 시리즈 스코어 3-0 완승을 하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우리은행에서 15년간 활약하며 8번의 챔피언 반지를 획득했던 박혜진은 이번 시즌 고향팀 BNK로 이적해 우승 DNA를 심었다. 부산 출신 박혜진은 FA 시장 막바지에 동주여중 동문인 박정은 감독의 “고향에 내려와 보니 좋더라. 함께 하자”는 제안에 응했고, 이 결정이 BNK의 첫 우승으로 이어졌다.

박정은 감독은 “박혜진 선수가 오고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득점보다는 선수들의 문화, 생활, 농구에 대한 자세가 선수들에게 잘 스며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챔프전 MVP는 안혜지가 차지했지만, 박 감독은 “시즌 최고 MVP를 줄 수 있다면 박혜진에게 주고 싶다”며 그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여성 감독 최초로 챔프전 우승을 이끈 박정은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한 여자프로농구 최초의 인물이 됐다. 하지만 이 역사적인 성과의 중심에는 박혜진의 챔피언 경험이 있었다.

박혜진의 플레이오프 통산 기록은 압도적이다. 2008~2009시즌부터 현재까지 총 52경기에 출전해 평균 36분 50초를 소화하며 12.1점, 6.0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큰 무대 경험이나 공헌도 면에서 자타공인 여자 농구 최고 선수 김단비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선수다.

BNK는 박혜진 외에도 대형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국가대표 가드 안혜지가 세 경기 내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고, 1차전에서는 박혜진과 국가대표 슈터 이소희가, 2차전에서는 안혜지가 16점을 기록하는 등 매 경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했다.

우리은행 김단비. WKBL 제공



“김단비를 빼면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가 심성영 밖에는 없다”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일군 뒤 뉴질랜드 리그로 떠난 ‘수비왕’ 박지현, 인천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최이샘, 청주 KB로 옮긴 나윤정, 그리고 BNK로 이적한 박혜진까지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공백은 컸다.

특히 용인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했던 식스우먼 심성영과 박혜미는 챔프전에서는 침묵했다. 삼성생명과 경기에서 평균 3점 성공률 50%를 기록하며 팀을 구했던 박혜미는 챔피언결정전까지 플레이오프 8경기 합계 평균 5.8점에 그쳤고, 심성영 역시 4.5점에 3점 성공률도 25.7%로 낮았다.

BNK에서 이번 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한엄지가 그나마 큰 무대 경험이 있다. 2017~2018시즌부터 현재까지 플레이오프 총 16경기에 출전했다. 다만 평균 출전 시간은 19분 48초에 4.3점, 3.4리바운드로 우리은행이 BNK에 내준 박혜진의 경험치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여기 와서 우승을 바라면서 해 온 것은 아니었다”며 소감을 밝힌 박혜진은 15년간 몸담았던 우리은행과의 대결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은행과 마주칠 때마다 슬픈 감정이 있었다. 우리가 졌을 때는 차라리 당당하게 인사했는데, 이겼을 때는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통산 9번째 우승 반지를 획득하며 ‘반지의 여왕’ 타이틀을 더욱 공고히 했다. 한국 여자농구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인 강영숙(은퇴)의 11회까지 이제 2번만을 남겨두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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