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머타임 등교 전쟁...그래도 예전 아침과는 달랐던 이유는 [워킹맘의 생존육아]
하루를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함으로써 저녁 시간을 더 길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머타임의 취지는 공감한다. 활동 시작 시간이 빨라지고, 저녁에는 더 오래 햇빛을 즐길 수 있다. 에너지 절약 효과도 있고, 야외활동도 그만큼 더 많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이미 정해져있는 취침시간과 기상 시간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평균적으로 시차가 1시간 변화할 때마다 1일 이상의 시차 적응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침 7시에 기상하던 아이들을 새벽 6시에 깨우자니 아이들이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역으로 평소에 9시에 자던 아이들을 8시부터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도 애로가 있다. 전날 밤 한 시간 가까이 뜬 눈으로 뒤척이던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라는 엄마의 말에 눈을 꼭 감은채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출근준비와 등교준비를 같이해야 하던 워킹맘 시절, 매일 아침 시간은 전쟁이었다. ‘5분만 더’, ‘10분만 더’를 외치는 아이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화가 끓었다. 일어나지 않으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가며 침대에 누워있는 그대로 옷을 입혔다. 축 늘어져 있는 아이에게 옷과 양말까지 신기고 나면 진이 빠졌다. 엄마가 입혀준 옷이 마음에 안든다고 투정부리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급히 차려놓은 아침을 입맛이 없다고 깨작대며 거부하면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반쯤 뜬 눈으로 식탁에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숟가락에 밥을 떠 입에 넣어주는 것은 아침의 필수 코스다. 정신없이 다그치며 아이들을 준비시키고 겨우 학교에 보낸 뒤에는 헐레벌떡 출근을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아침 보고가 늦을까 허둥지둥 자리에 앉아서 오전 업무를 보고나면 그제서야 잠시 한숨을 돌리며 아침시간의 나를 돌아보곤 했다. 아이들에게 너무 화를 낸 건 아닐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이런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걸까 괴로웠다.
섬머타임 때문에 겪게된 ‘다급한’ 아침 시간이 되자 내가 겪었던, 또 앞으로도 겪어야 할 ‘워킹맘의 등교길’이 생각났다. 하지만 서머타임의 아침은 예전과 달랐다. 평소보다 여러차례 아이들을 깨워야했고, 결국 30분 늦게 하루를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전날 준비해 놓은 옷을 입고 내려왔다. 아직 잠이 채 다 깨지 않아 ‘밥먹자’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열 번이나(!) 무시하고 부루퉁해 있었지만 결국 자리에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자신들이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두고 양치를 하러 갔다. 스쿨버스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보며 ‘이제 버스가 거의 다 왔다’고 이야기 하자 아이들은 재킷을 챙겨입고 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은 후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이들보다 되려 버스 기사가 늦게 도착하자 ‘오늘따라 버스가 늦게 오네’ 라고 말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7개월 전 한국에서 등교를 하던 때 처럼, 이날도 무척이나 촉박한 아침 시간이었지만 우리가족은 분명 달라졌다. 엄마인 내가 이른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덜 분주하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아침에 도시락을 싸야하는 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출근을 하던 때보다 결코 덜 바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아침 시간에는 소리를 지르지말자’는 나의 작은 다짐도 달라진 아침을 가져온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없을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옷을 입고 식사를 하며 등교 준비를 하는 아이들로 바뀌어있었다. 아이들이 크새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와서 아이들이 등교시간에 직접 자기 할일을 하도록 습관을 들인 덕이 크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정해져있는 출근과 등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늦을까 조바심이 나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를 안아서 들어올리고, 신발까지 직접 신겨주고 나서 떠밀듯이 아이를 끌고 나갔다. 미국에와서는 아이들의 아침 루틴을 만들기 위해 그 조급함과 불안함을 벗어버렸다. 화를 내기 전에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지, 다짐했다.
사실 미국에 왔기 때문에, 미국에 와야만 시도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해 보고 나니 한국에서도 언제든 아침 등교 준비정도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습관을 만들어주는 데 소홀했고 그로 인해 내가 더 분주하게 살았어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 그로인해 아이들은 아침마다 엄마의 잔소리에 풀이 줄어야만 했던 게 아닐까.
한시간 일러진 등교에도 엄마 아빠를 꼭 끌어안고 키스를 한 후 씩씩하게 스쿨버스에 오르는 아이들을 보며,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아침의 미션을 잘 마무리한 우리 부부는 오늘의 작은 성공에 가슴이 벅찼다. 아이들도, 부모도 우리는 모두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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