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둑 터졌다’ 유급·제적 압박에 의대생 사실상 백기 [세상&]
예상 밖 결정, 다른 의대에도 영향 줄까
등록만 해놓고 수업 듣지 않을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연세대와 고려대, 경북대 의대 등 전국 5개 의대의 ‘복귀 데드라인’이 21일로 지난 가운데,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생 절반 가량이 복귀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대생들의 예상 밖의 움직임에 이번 1학기부터는 그동안 교육부가 강조해온 의대교육 정상화가 가능해질지 주목된다.
22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복학 신청 및 등록 기간을 마감한 연세대(서울·미래캠퍼스)·고려대·경북대 의대와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에서 의대생 복귀 흐름이 감지됐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이들 대학에서 등록과 복학에 유의미한 기류 변화가 있으며 상당수 학생이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측은 21일 오후 7시 기준 재적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복학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기존에 수업을 듣던 학생 110명 가량을 포함해 24학번 이하 6개 학년 재적생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오후 7시 기준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후 마감 시각인 오후 11시 59분까지 약 5시간 더 흐른 만큼 최종 복귀자 수는 절반을 넘었을 것으로 점쳐진다.
고려대도 의대생 복귀 규모가 연세대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등록금 납부 신청 시간을 21일 오후 4시에서 오후 11시 59분으로 연장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복귀를 위해 기한을 연장했다”며 “등록 현황은 비공개 방침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 역시 오후 11시 59분까지 전산을 열어 학생들의 복귀를 독려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무더기로 복귀가 이뤄진다면 몰라도 소수 인원의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학생 보호를 위해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데드라인이 가장 빨랐던 5개 의대의 복귀 상황은 앞으로 마감을 앞둔 다른 의대까지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대학과 교육부는 다른 대학에 미칠 파급력을 최소화하고 복귀자를 보호하기 위해 복귀자 규모를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앞서 건양대 의대는 24일, 서울대·이화여대·부산대 의대는 27일을 학생 복귀 시한으로 설정한 바 있다. 경희대·인하대·전남대·조선대·충남대·강원대·가톨릭대 의대는 28일로, 부산대·을지대 의대는 30일로 잡았다.
예상을 깨고 의대생들이 하나둘씩 복귀에 나선 건 정부와 대학이 강조한 ‘무관용 원칙’ 때문이다. 본래는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전날 학생대표 공동성명을 통해 복귀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대규모 미복귀가 전망됐다. 하지만 제적 등의 압박 속에서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의대 총장들과 교육부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유급·제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부분의 학교가 전체 학사일정의 4분의 1가량 되는 시점까지 복학신청이나 등록하지 않을 경우 유급·제적하도록 학칙으로 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전체 복귀자는 정부와 대학이 전제한 ‘전원’ 수준에는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이달 내 의대생 ‘전원’이 돌아온다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복귀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제적은 피하되 수업 거부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급·제적 처분이 현실화한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의대협은 전날 성명을 통해 “학생은 자신의 학업 계획과 상황에 따라 휴학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며 “특정 단위, 혹은 한 단위의 특정 학년이라도 휴학계 처리 과정에 있어서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면,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소송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의대생들의 제적은 작년 전공의들의 사직과는 무게가 다르다”며 “만약 현실이 된다면 의협은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인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앞장서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 교수 비대위도 학생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유급이나 제적을 적용할 경우, 교수들도 교정에 교육자로서 설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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