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삼성보다 더 견제하는 이곳”…韓 인재 빼가더니 ‘제2의 HBM’ 노린다 [김민지의 칩만사!]

김민지 2025. 3. 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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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이크론, ‘만년 3위’ 옛말
‘제2의 HBM’ 소캠 업계 최초 양산 발표
삼성·SK에 여러번 ‘카운터펀치’ 날려
“SK처럼 마이크론도 ‘한방’에 뜰 수 있다” 경고
<김민지의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견제하는 건 삼성이 아니라 마이크론이다. 요즘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마이크론이 소위 ‘폼이 올라왔다(컨디션이 좋다)’며 정말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반도체 업계 종사자)

작년 말부터 ‘메모리 만년 3위’의 반란이라며 마이크론의 추격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많이 들렸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최근 메모리 시장의 동향을 보니 상당 부분 납득이 갑니다. 마이크론은 올 1분기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며 연간 최대 실적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론은 조용하게 ‘제2의 HBM’으로 불리는 AI 메모리 시장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 보다 먼저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카운터펀치’를 날렸습니다.

도대체 마이크론은 어떻게 이렇게 빠른 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린 걸까요? 오늘 칩만사에서는 ‘만년 3위’ 마이크론의 위협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메모리 풍향계’ 마이크론, ‘HBM의 봄’ 자신감

마이크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2025 회계연도 2분기(12~2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8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습니다. 시장의 예상치인 79억1000만달러를 웃돈 수준입니다. 주당순이익 역시 1.56달러로, 시장 예상(1.43달러)을 상회했습니다.

실적효자 역할을 한 건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 HBM입니다. 마이크론은 강력한 수요 증가로 HBM 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 HBM [마이크론 홈페이지]

가장 주목할 만한 건 마이크론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 목표입니다.

마이크론은 “올해 HBM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며 “4분기 기준 HBM 점유율은 D램 점유율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마이크론 D램 시장 점유율은 22.4%입니다. 현재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약 9% 내외로 추정됩니다. 이를 연말까지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포부입니다.

마이크론은 현재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에 비하면 적은 물량이지만, 최근 HBM3E를 공급할 세번째 대형 고객을 확보해 대량 출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아직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한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죠.

현재는 하반기 HBM 출하량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12단 HBM3E 제품의 수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6년 계약 물량에 대해서 고객사와 논의 중이라고도 합니다.

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HBM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매출과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조용히 ‘카운터펀치’ 날렸다…“제2의 HBM 시장이 목표?”

최근 1년간 마이크론은 업계를 여러번 놀라게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최근 ‘제2의 HBM’으로 불리는 SOCAMM(소캠)을 SK하이닉스 보다 먼저 양산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마이크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개발자회의(GTC) 2025’에서 소캠을 공개하고, “엔비디아와 협력해 저전력 D램(LPDDR5X) 메모리 솔루션인 소캠을 개발했다”며 “전력 효율성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 AI 처리에 적합한 소캠을 대량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업계 최초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보다 빠른 양산입니다.

마이크론 ‘소캠’(SOCAMM) [마이크론 제공]

소캠은 엔비디아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저전력 D램(LPDDR) 기반의 AI 서버 특화 메모리 모듈입니다. 통상 서버에 사용되는 DDR 대신 전력 효율이 높은 LPDDR을 탑재해 전력 소모를 3분의 1수준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그레이스 블랙웰 울트라(GB300)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HBM’으로 불리죠.

SK하이닉스도 ‘GTC 2025’에서 소캠 시제품을 전시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뉴스름 인터뷰에서 “고객사와 소캠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 상용화가 기대됩니다.

마이크론은 이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갑작스러운 ‘카운터펀치’를 날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최초로 HBM3E(5세대)를 양산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마이크론은 이전까지 4세대인 HBM3를 개발하거나 양산하지 않았을 뿐더러, SK하이닉스도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발표하기 전이어서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다음달 SK하이닉스 역시 “세계 최초로 8단 HBM3E의 대량양산을 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물론, 지나고 보니 마이크론의 HBM3E 공급 물량은 SK하이닉스에 비해 굉장히 적은 규모였습니다. 그럼에도 기술력에서 상당히 따라왔다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죠.

이후 12단 및 16단 제품에서도 마이크론은 몇개월 차이로 개발 및 양산 소식을 알리면서 SK하이닉스를 자꾸 신경쓰이게(?) 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이라고 야심차게 발표한 16단 HBM3E 역시 넘보고 있습니다. 올 초 16단 제품 양산을 위한 최종 설비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 엔지니어들은 마이크론이 D램 기술력에서 삼성을 제친 건 물론이고, SK하이닉스와 겨룰 정도로 발전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만년 3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달 10나노 6세대(1c) 공정으로 만든 DDR5 샘플을 인텔, AMD 등 잠재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1c 공정 DDR5 개발을 두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간 것을 의식한 듯한 행보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자체만 보면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전자 순이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라며 “마이크론은 인쇄회로기판(PCB)이나 모듈설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구조에서도 삼성이나 SK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韓 D램 인재 모셔갑니다” 공격적 인재 영입
[로이터]

마이크론의 기술력 향상 배경에는 공격적 인재 영입이 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이 대대적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이크론은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인재들에게 전방위적인 오퍼를 보냈다고 합니다. 대만, 일본, 싱가포르 근무를 조건으로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D램 인재를 대거 빼가기 시작한 겁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 중인 직원 A씨는 “주변 동료들 여럿이 마이크론에게 이직 제의를 받을 만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며 “해외 근무를 선호하는 경우에는 고민 없이 옮기기도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사회에도 기술 ‘베테랑’을 영입하며 전문성을 키웠습니다. 최근 류더인 TSMC 전 회장을 이사회 멤버로 선임했습니다. 차세대 제품인 HBM4부터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TSMC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곳곳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며 HBM 생산능력(캐파)도 늘리고 있습니다.

올 초 싱가포르 우드랜즈 지역에 약 70억달러(한화 약 10조원)를 투자해 HBM 전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착공했습니다. 2027년 가동이 목표입니다. 2026년에는 미국 아이다와 호주, 2027년에는 미국 뉴욕주와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도 HBM 생산 시설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월 2만장이던 마이크론의 HBM 캐파는 연말 6만장으로 3배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변동성이 큰 만큼, 마이크론의 기술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가 HBM으로 이 정도로 성공할 줄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마이크론이 ‘소캠’으로 한방에 뜰 수도 있는 것”며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AI 시대에선 단 한순간의 방심도 큰 차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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