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쏘공'에 왜 우리까지”…‘부글부글’ 끓는 용산·잠실 민심[혼돈의 부동산②]

2025. 3. 2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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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또 ‘강·서·송·용’(강남·서초·송파·용산)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을 해제하던 2022년 11월에도 이들 지역은 여전한 투기과열지구로 살아남았던 곳이다.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 “규제지역이 곧 나라에서 찍어 준 투자처”라는 역설이 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진입한 강남3구와 용산은 ‘상승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곳’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물론 이는 장기적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 주택시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갑작스레 잠·삼·대·청을 강·서·송·용으로 확대해버린 결정에 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갈아타기’ 등 개인 사정으로 단시일에 아파트를 매도하고자 했던 소유주들은 큰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옆 동네는 지정이 안 됐다”거나 “다른 곳보다 저렴한데 규제 대상이 됐다” 등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심리는 불만을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 달여간의 해제기간 동안 단꿈을 꾸던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도 실망하긴 마찬가지다.


 매수 먼저 했다가 ‘패닉’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크게 불만이 표출되는 지역은 잠실과 용산이다. 용산 주민과 투자자들은 갑자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됐다는 당혹감에, 잠실 집주인들은 껄끄러운 규제가 지속된다는 분노로 인해 비판 여론이 높다.

가장 큰 피해자는 예비 매도인들이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매수세는 대폭 꺾일 전망이다. 용산과 잠실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상급지’로 통하지만 일부 수요자들은 자녀교육 등을 위해 강남이나 서초구 주요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용산보다 아파트 물량이 많은 잠실의 경우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은 만큼 가격 하락 속도도 빠르다. 한 잠실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책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매물 호가가 1억~2억원 빠졌다”고 말했다.

특히 일명 ‘엘리트’라고 불리는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3개 단지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토허제가 풀리지 않았던 잠실주공5단지, 잠실우성1·2·3 등 재건축 단지와 달리 그동안 규제 완화 호재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엘리트 중 삼성동과 종합운동장역이 가까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잠실 엘스 아파트 전용면적 84㎡ 타입은 2월에만 신고가가 4차례나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7억7000만원이던 해당 타입 최고가는 30억원을 기록하며 3.3㎡당 1억원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직후 지역 부동산에선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전에 갈아탈 아파트를 미리 계약한 집주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큰일이다”며 “다른 집에 먼저 매수 계약을 체결했는데 부동산에 내놓은 집이 팔릴지 걱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갈아타기 과정에선 기존 집이 팔린 뒤 매수할 집을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핵심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할 때에는 그 지역 아파트 시세가 더 상승할 것에 대비해 과감하게 일명 ‘선매수’ 전략을 펴는 수요자들도 생긴다. 기존에 매도하려 내놓은 집이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아니거나 변두리에 위치한다면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기는 더욱 어렵다.


 풍선효과, 어떻게 하나

용산구 이촌1동 소재 아파트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용산구 내에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이촌동 집주인들 사이에도 불만은 터져 나온다. ‘용산 개발’ 등 각종 이슈로 여론의 주목은 크게 받았지만 강남권에 비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촌동 소재 대단지인 한가람아파트는 전용면적 59㎡ 타입이 지난 2월 19억원에 거래되며 드디어 2021년 전고점을 되찾았다. 이후 호가가 오르며 온기가 중대형 평형으로 옮아가려던 찰나 규제 ‘날벼락’을 맞게 됐다.

이촌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월 19일 통화에서 “이제 대책이 나와서 그냥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며 “현재는 급매도 없고 애초에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변화도 크게 없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아파트 소유주들은 “인접한 마포, 성동도 올랐는데 불공평하게 용산만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또 용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갈아타기는 까다로워진 반면 마포나 동작 등 인근에서 용산으로 갈아타기는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주변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규제지역에서의 거래가 어려워짐에 따라 투자 수요가 인접한 비규제 지역인 강동구, 마포구, 성동구 등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팀장은 “이들 지역 역시 토허제로 지정되기 전 유입되려는 수요가 단기간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풍선효과가 발생한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이 바로 서초구 반포동이다. 반포에선 국내 최초로 3.3㎡(평)당 1억원을 기록한 아크로리버파크를 필두로 2023년에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입주하면서 지난해 말 3.3㎡당 2억원 시대를 열었다.

반포는 편리한 교통과 한강변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강남구 개발호재가 집중된 잠·삼·대·청은 물론 전통적 강남권 대장주인 압구정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더 상승세를 탔다는 분석이다. 반포 등 서초구 아파트는 오를 만큼 오른 후 규제를 받게 됐는데 기존 강남구와 송파구, 용산구는 미처 눌렸던 가격이 충분히 튀어오르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잠·삼·대·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2월 들어서는 강남과 송파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앞질렀다. 그중 송파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강남3구 매매 거래량은 2월 둘째주 200건대에서 4주 만에 400건대로 늘었다. 서울 전체로 봐도 같은 기간 1000건이었던 거래량이 2000건으로 증가했다.


 지역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


예전 사례를 들다 보면 이처럼 증가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본격 시행되고나서 급감할 전망이다. 실수요에 의해 가격은 장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최근 활기를 찾았던 부동산 현장은 다시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약 갱신권 청구로 전월세 계약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자리 잡으면서 임대차 거래가 감소한 상태에서 매매 물량도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대치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원래 전월세 수요가 많은 동네인데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이후 전세계약도 많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도 민심을 읽으며 적극 나섰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은 “청산해야 할 문재인·박원순의 유물을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꺼내든 데 대해 다른 정책적 묘안은 없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 지역구는 이번에 새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송파구 가락동과 방이동 등이 속해 있다. 가락동에는 9510가구 규모에 달하는 헬리오시티가 위치한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갑)도 “35일 만에 대상도 아니었던 송파갑 지역까지 규제 구역으로 묶은 건 주민들로선 더 환장할 일”이라며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 서울시와 국토부는 통렬하게 반성하고 송파 지역 주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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